色, 樂, 狂...

잃어버렸던 글들

2006. 3. 8. 14:26
잃어버렸던 글들을 어떻게 어떻게 하다가 찾았다.
또 잃어버리기 전에 다시 기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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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가을은 - 2001. 10. 31
계절이 찾아오다
덕수궁에서 낙옆과 만난 P에게
정을 안겨주고
스무 여덟해 살아온 축복을 주고
짠 바람부는 영종도에선
가을인지 겨울인지
A에게 바람눈물을 주네
스무 여덟해를 살아온 수고인가
지리산과의 동침후
미련없이 서울로 올라온 C에게
남겨온건 무엇이고
가져온건 무엇인가
기억나는 건 밤의 적막속에 부는 바람소리
깜깜한 어둠에 몸을 숙이고
번쩍거리는 화면속의 여인을 보고
잠과의 싸움을 이겨내려 꾸벅거리는
H는 결국 옆자리 K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화면속의 여인은 낙옆수 아래서
남자의 품에 얼굴을 묻고
종로 피맛골 고갈비집의
비릿한 생선내에
너무나 투명한 소주가 어울리네
시원한 동동주가 어울리네
엎치락 뒤치락 사람들 사이에
두 남정네의 비오는 가을날 밤의 타령은 끝이 없고
구리를 지나 청평 가평
춘천까지 어느새 왔는지
도로변에 세워진 엑센트 안에선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이름모를 울긋불긋한 산을 바라보는 여인 L
연기에 눈이 매워서일까
강남역 사거리 P빌딩 17층
창밖에 보이는건 건물건물..
그리고 뿌연 하늘
담배를 마저 빨고 다 마신 커피종이컵에 비벼넣고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으쌰
다시 사무실로 향하는 P 대리
오늘은 재즈바나 가볼까
너무나 푸르른 가을하늘도 이제는 뿌얘져가고
울긋불긋했던 나무도 색을 잃어가는데
어째서 저 들판의 벼는 아직도 추수를 못했는지
일산에 가다가 전철 안에서
후배랑 이런저런 소리를 하는 K
오늘은 일산 호수공원에서 자전거나 타볼까나
조용히, 은근히...
알면서도 모르게, 모르면서도 알게...
그들만의 가을은
늦가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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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쓴다는 것... 힘들군 - 2001. 11. 7
글쎄...
글을 쓴다는 것이 그렇게 힘든 것일까???
정말 힘든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입에서 나오는 대로 글로 쓸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라.
자신의 머리속에서 나온 말이 제대로 된 말이 얼마나 있는지.
'밥먹었냐?'
'저리가!'
이런 것은 말고...
'내가 감상문을 쓰기 싫어하는 이유는 단지 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글이라는 것이 상당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몇가지 내가 쓸수 있는 어휘가 부족한 것도 있겠지만, 여기저기 뒤져서 나오는 어휘로써 내가 느끼는 감상, 감정, 기분 등 이러한 것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것 말이다.
어디선가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글을 읽는 다는 것과(확실히 말하자면... 글자모양의 그림을 보고 일련의 기호의 조합을 이용하여 암호를 해독하는 식으로 그것이 나타내고자 하는 뜻을 알아낸 다는 것이겠지)
글을 쓴다는 것은 아주 다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표현을 조리있게 보여준다는 것이고
혼자 쓰는 것이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고칠 수 있다는 것이고
다시 고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시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고
다시한번 생각해 볼때는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으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글을 써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힘들다면
그림을 그려서 감정을 표현해보고
그것도 힘들다면
행위를 통해서 표현해보고
그것도 안된다면
노래를 불러라...
어느 책을 읽었을 때가 생각이 나네..
'그림'에 관한 책이었는데...
(솔직히 그동안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기억이 지워졌나... )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이 양쪽 끝에 있고
그것을 삼각형의 바닥의 양쪽 꼭지점으로 본다면
맨 꼭대기에는 표현의 정도(은유나 비교...이런것이었던가?)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래서 왼쪽 아래로 갈수록 아주 추상적이고 간단한 그림이나 점으로 표시되고 오른쪽 아래로 갈수록 구체적인 기호나 문자로 표시되고 위로 올라갈 수록 그림은 상세하게, 글은 자세한 표현으로 있었다.
으음... 무슨 이야길 하고 싶냐고?
억지부리지 말고 자신은 그 삼각형에서 어디에 있는지를 살펴보길 바란다는 것이지.
너무 추상적이라면 두개의 선에서 사람을 볼 것이고
너무 구체적이라면 人 자에서 사람을 볼 것이겠지.
너무 상세하다면 여러 선으로 사람을 그리거나 많은 글로 사람을 표현하겠지.
그림을 그린다는 것도 어느정도가 있고 그에 따라 사람들도 느끼는 정도가 틀리지.
간단한 크로키와 사진을 정밀묘사해서 그린 그림은 같은데도 전혀 틀리니까..
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해.
어느정도로 잘 묘사하고 표현하느냐에 따라 틀린 것이니까...
물방울 하나를 두고 한마디의 단어와 몇줄에 해당되는 물방울 분석글도 다르지...
(물방울 v.s. 수소원자 하나와 산소원자 둘이 만나서 어떠어떠한 결합에 의해 생기게 되는 눈으로 볼 수 있는 혹은 볼 수 없을 정도의 물질의 집합덩어리)
그럼 쓰는 입장에서도 틀리겠지?
쓰는 입장에서는 어떠할까?
일단 쓰는것이 자신을 위한 것인지, 남에게 보여주는 것인지를 알아야겠지.
혼자서 쓰고 읽고 느끼고 할 것이라면 점하나를 찍던지 한마디만 쓰던지 하면 되.
하지만 여러사람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자신의 생각을 좀 더 확실히 이해시키려면 좀 더 자세히 그림을 그리거나 좀 더 많은 어휘나 낱말을 통해 설명을 해야겠지?
다른 사람들이 점 하나에 우주가 들어있다는 것을 이해할 정도의 도인들은 아니잖아?
으음... 여기까지.... 너무 철학적으로 되어가네.....

p.s. 자신이 어떤 것에 대해 남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알 수 있는 지식이 모자란다면, 그것을 스스로 알아보고 받아들여보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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