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영화 List 중 첫 번째 영화 : 왕의 남자
공식홈페이지 : www.kingsman.co.kr
감독: 이준익(키드캅, 황산벌)
주연 : 감우성(거미숲, 알포인트), 정진영(황산벌, 달마야 놀자, 킬러들의 수다), 이준기(?), 강성연(?)
상영시간 : 119분(15세 이상 관람가)
시놉시스, 제작노트 등등 영화관련 정보를 보려면 요 위의 공식홈페이지를 들어가던지,
아니면 http://movie.empas.com/movies/movie.tsp?mid=16023요기를 가서 보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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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벌을 아는가?
그 치열했던 황산벌 전투를 아는가?
아니면 우스운 황산벌 영화를 아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를 기억하면서 동시에 '거시기'를 떠올릴 것이다.
그 영화의 감독이 이준익이다. 공식적으로 키드캅, 황산벌, 그리고 이번 왕의 남자로 세편을 감독했다.
그러나 그가 제작에 참여한 것을 보면, 왕의 남자, 황산벌, 달마야 놀자, 아나키스트, 간첩 리철진, 키드캅 이 있고 기획에 참여한 영화는 올해 개봉예정이며 촬영중인 '도마뱀(조승우, 강혜정 주연)'이다.
왜 영화에 앞서 이렇게 이야기를 떠벌리는가 하면...
이 영화는 인물을 중심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다.
장생역을 맡은 감우성, 공길역을 맡은 이준기, 그리고 연산군 역을 맡은 감우성.
이들을 다 어울러 '왕의 남자'를 제작/감독한 이준익.
이 중에 이준익 감독의 이야기는 벌써 했다.
좀 더 이 감독에 대해 알아보려면 씨네21(유일하게 구독하는 잡지이다.) 제535호에 인터뷰가 나와있으니 참고할 것.
정작 이 영화를 보면서 말하고 싶은 것은 감우성이 첫번째이고 정진영이 두번째이다.
감우성은 주로 드라마에서만 보던 배우였다.(나에겐...)
그런데 알고보니 영화도 곧잘 했던 배우였다. 그의 모습을 영화에서 가장 눈깊게 본 것이 2004년의 희한한 공포물 '알 포인트'였다. 그 안에서 바라본 배우 감우성의 역할인 소대장(?)은 극중 인물 가운데 현실과 판타지의 사이에서 유일하게 어느 틈에도 빠지지 않고 끝까지 남아있는 자였다.
극중 역할은 그렇다고 해도, 그 소대장의 얼굴, 표정, 고민, 그리고 분노,의심, 후회 등의 표현이 한 얼굴에 한번에 나타나는 인물이 감우성이라니. 평소 그의 TV 브라운관 속의 모습을 보면 절대 상상 못할 일이다. 비록 거미숲은 보진 못했고 간큰 가족도 보진 못했지만, 이번에 다시 보여준 장생 역을 맡은 감우성의 모습, 아니 얼굴에 다시한번 여러 느낌이 교차되고 중첩되어 있는 걸 보니 여간 기쁘고 뿌듯한게 말이 아니다. (알포인트에서 감우성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그만큼 이 배우에 포옥, 아니 푸욱 빠져버렸단 말이다.)
장생이 가진 사당패, 아니 광대의 놀음이 머리속부터 발끝까지 물씬, 흠뻑 젖어 나오는 가운데.
광대패의 우두머리에 대한 경멸과 증오, 한양의 광대패에 대한 상대적 자신감, 왕에 대한 두려움, 공길에 대한 정, 양반(아니, 관직을 포함한 광대가 아닌 사회)에 대한 갖가지 혐오를 통해 오로지 광대의 놀음으로 모든것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놀랍지 않은가. 장생의 광대놀음에 푸욱 빠져 들게 되는 건 관객으로서는 순식간의 일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맹인으로의 광대놀음을 하는 것에 대한 그 모든 헌사라 해도 다름이 아니다.
이야기의 주된 사건은 공길을 통해 일어나지만 주된 흐름은 중반에는 연산을 통해 일어나나 주된 풀음은 언제나 장생을 통해 일어난다. 장생만이 이 영화, 이 무대 위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이 역을 소화했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부터(솔직히 알 포인트때부터) 감우성의 얼굴에 어떤 것을 씌워 놓아도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진짜 중요할 것이다. 그것이 복잡하면 복잡할 수록 좋지만, 무엇보다 고독과 반항과 저항의 표현이 섞이면 그만한 감동은 없을 것 같다.
연산군의 모습에 대해서 말이 많다. 이 영화를 가지고 연산군을 재해석 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감독의 말에서도, 그리고 배우 정진영의 말에서도 일부러 연산군에 대한 글을 읽지 않고 공부를 하지 않았다 한다. 그 말인 즉슨 알고 있는 사실 10%를 기반으로 나머지는 그러한 상태의 연산이란 인물에 대한 감정을 만들어내자 이다.
이에 대한 정진영이란 배우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내가 이 배우를 처음 인지하게 된 영화는 '킬러들의 수다'이다. 특히 마지막에 신현준을 끝까지 뛰어 쫓아다니던 배우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깊었고, 이후 달마야 놀자나 와일드?? , 그리고 몇가지 TV(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 그의 특이한 말투와 억양을 간혹 나도 모르게 따라하곤 했다.
황산벌에서 주변상황과는 달리 진지한 김유신으로 나오다가 이번 왕의 남자에서 연산군 역을 맡았다. 정진영.
무엇때문이었을까. 갈팡질팡 엎치락 뒷치락 이리저리 광대의 몸짓에 같이 어울리고자 하는 그 내면.
어째서 정진영이 그토록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지배적일까?
근엄한 왕의 모습에서부터 미친척 뛰어노는 광대놀음, 그리고 공길에게 무언가를 갈구하는 모습과 녹수의 치맛폭 속으로 다시 돌아가는 유아기적 퇴행의 모습. 그의 모습도 역시! 란 감탄사가 튀어나올 만 하다.
다만 나의 관점에서 약간 걱정스러운 것은 그의 억양이, 그의 말투가(난 상당히 특이하다고 생각하는데) 배역의 폭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까... 하는 걱정이 든다만...
그런 걱정은 제작사나 감독이나 그들이 하라고 하자~!!
영화의 시작과 함께, 양반의 마당에서 질퍽한 광대들의 놀이가 시작된다.
그리고 탈을 쓴 여장을 한 광대가 매끈한 허리를 적나라하게 내보이며 엉덩이를 씰룩 씰룩 거린다.
그리고 극 도중, 탈을 벗으며 연기를 하는 순간
영화관 내의 거의 모든 여성분들의 탄식이 튀어나온다.
"하아~"
그리고 나조차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터억... ㅡㅡ;;
영화의 히로인은 장녹수를 연기한 강성연이 아니었다.
공길을 연기한 이준기. 그가 바로 영화의 히로인이라 할 수 있다.
그 여성같은 외모와 여성같은 성격, 여성같은 태도는 광대패의 우두머리에게도, 광대놀음을 보던 양반에게도, 장생에게도, 한양의 광대패거리에게도, 그리고 왕에게조차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하아~ 무슨 할말이 있으랴. 객석에 앉은 나조차도 공길의 모습을 사랑하게 될 뻔 했건만~
특히, 공길이 보여준 각시와 신랑의 잠깐의 인형극은... 그 모습에서 울뻔 한 사람은 나밖에 없는건가? (나중에 보여준 것이 아닌, 처음에 보여준 인형극이다.)
공길의 심정은 어떠했으랴? 그것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었을것이다.
장생과 왕과의 사이에서 그는 무슨 고민을 했을까?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철저하게 광대였던 장생과는 달리,
공길은 자신이 광대임에도 불구하고 수동적인 성격 때문에 권력과 지위에 휘둘려왔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신을 구원해준 장생을 사랑했을까?
아니면 아비처럼 여겼을까?
아니면 형?
영화의 주인공이 공길인지 연산인지 설왕설래하는 도중에도 분명 나에게 있어서는 그 주인공은 장생이다.
피눈물을 흘리며 목이 잠긴 상태로 어두컴컴한 공중의 줄타기를 하는 그!
그가 왕의 남자인지, 공길이 왕의 남자인지는 보는 사람의 입장마다 틀릴 것.
나는 왕의 남자를 둘로 생각한다.
왕이 "여자"로 대변되지 않는 이상 그 둘은 장생과 공길이다.
공길은 '여성' 혹은 연산의 '어미'를 연산시킬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장생은 유일하게 왕을 위협하는 남자로 나온다. (신하들은 왕을 위협하지도 않으며, 연산도 신하에게 위협받는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보는 건 그러한데... 연산이 생각했을 땐 어떠했을까?
누가 그의 남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