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樂+狂2008. 7. 23. 23:45
(트랙백 : 2008년 영화 )
(엄지원이 그 독립군이고... 이청아가 그 도원을 쫓아다니는 애야??? 몰랐네....)
0. 프롤로그 - 웨스턴 무비
웨스턴 - Western - 서쪽의, 서부의... 그러니까 웨스턴무비 하면 서부영화란 말이다.
서부영화 하면 떠오르는 것은 건조한 사막 동네에서 벌어지는 총잡이들의 한판승부랄까?
건조, 황야, 사막, 동네, 마을, 언덕, 말, 보안관, 현상범, 마차, 기차, 탈취, 금괴, 대결 등등등이 떠오른다.
정통 웨스턴이라 불리우는 헐리우드산 웨스턴이 실제로는 자기반성이 아닌 자기위안적인 성격으로
전통적인 흑과 백, 또는 선과 악으로 구분하였고 이런 장르의 흥행으로 여러 나라에서도 웨스턴이란
장르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대부분이 기존의 내용에 배경만 자기네 식으로 특별히 바꾼거라고 할까?
그런데 이런 웨스턴이 각 나라를 전전긍긍하면서 떠돌다가 덜컥 한 나라에서 새로운 장르로 탄생한 곳이 이탈리아다. 즉, 이탈리아 웨스턴이란 신종 장르가 탄생한것이다. 흔히들 마카로니 혹은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리우는 이 장르는 정통적인 웨스턴의 선과 악의 대결을 떠나 오히려 더욱 진정한 '무법자'라는 개념의 주인공들을 만들어냈다. 요즘의 웨스턴이라 하면 바로 이 '무법자'를 말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선도 악도 아닌 말 그대로 법이 없거나 법을 초월한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들. 그들이 황야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웨스턴 장르라는 것이다. (bresson님의 블로그 참조)
한국에서도 일제식민지 시절에 대륙에 대한 동경과 항일정신이 깃든 '만주식 웨스턴'이 있었다.
그럼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이하 놈놈놈)'은 배경이 만주이므로 '만주 웨스턴'인가?
아니면 김지운 감독의 말 대로 '김치 웨스턴'이란 아류인가?
0.1 김지운 감독의 '장르 사랑'
인물검색을 통해 김지운 감독의 프로필을 보면 그 데뷔가 참으로 대단하다.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중퇴하고 1997년 프리미어 시나리오 공모 '좋은시절' 가작 당선으로 시작하여
동년도에 제1회 씨네21 시나리오 공모 '조용한 가족'이 당선된다. 그리고 다음해 1998년 자신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찍은 '조용한 가족'으로 상업영화에 본격적으로 감독데뷔를 한다.
'조용한 가족'은 '코믹 잔혹극'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있다. 평범한 코믹도 아니고 평범한 잔혹도 아니다. 코믹잔혹극이라. 왠지 특이한 자신만의 장르다.
그 이후 나온 작품이 1999년의 '반칙왕'이다. 반칙왕은 '코미디 드라마'라는 장르라고 스스로 부르고 있다. 코미디면 코미디고 드라마면 드라마지 '코미디 드라마'라... 이때부터 김지운 감독의 스타일이 드러난다. 어느 한 장르만 푸욱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기본적인 장르에 자신만의 스타일을 접목하여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쯤의 기형물을 생산한 것이다.반칙왕은 그랬다. 굉장히 웃긴 코미디이면서 굉장히 슬픈 드라마이기도 하다. (놈놈놈의 시작에 나온 그 인물이 반칙왕에서 송강호를 맨날 헤드락 하던 인물이었네?)
2002년도의 '쓰리'는 공포물이다. 세 나라의 세명의 감독이 각각의 공포영화를 옴니버스식으로 그렸다. 여기서 김지운 감독은 이번에는 공포물을 접하여 새로운 시도에 들어간다. 바로 김지운 감독의 명작(내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최고의 명작)인 '장화홍련'이다.
2003년에 나온'장화, 홍련'은 공포물이다. 그러나 슬프다. (솔직히.... 아직까지 장화,홍련의 마지막을 보질 못했다. ㅡㅡ;;) 김지운 감독의 영화적 스타일은 여기에서 그 모습을 본격적으로 드러낸다. 이른바 '스토리'를 가지고 특별한 장르에 맞추어 드라마를 진행하는 것이다. 조용한 가족은 못봤으니 패스하고, 한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탈출과 자기극복을 '코미디'란 양념을 얹혀서 '반칙왕'을, 슬픈 한 가족의 이야기를 '공포'란 색칠을 칠해 '장화, 홍련'을 보여주었다.
2005년에 나온 '달콤한 인생'은 어떤가. 이번에는 '느와르'란 장르를 가지고 왔다. (예전글) 이번에는 느와르 액션이라고 말한다. (느와르면 느와르고 액션이면 액션이지...) 달콤한 인생과 더불어 김지운 감독은 이제 '장르 전문가'라는 말을 듣는다.
예전에는 '장르'가 없었던가? 아니다. 많은 장르영화들이 있었다. 하지만 2000년도 들면서부터 특별한 장르가 없어졌다고 할까? 오로지 한국 영화는 드라마(멜로) + 코미디 + 액션의 짬뽕일색이 되어 왔다. 이 와중에 특별하게 '장르'를 표방하면서 '장르영화'만을 찍은 감독이기에 더욱 '장르감독'이라고 말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스토리와는 틀리게 '달콤한 인생'에서부터 김지운 감독은 스토리를 과감하게 줄이기 시작한다. 단순히 스토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생략하는 것이다.
자. 이제 종합해보자. 김지운 감독은 처음부터 장르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코믹 + 잔혹 으로 관객에게 인식되고, 코미디 + 드라마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더니 공포 + 드라마(슬픈)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다가 느와르 + 액션으로 관객들을 벙찌게 만들었다. 장르는 장르이되 드라마(Story)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리고 '놈놈놈'이 나왔다.
1. 줄거리
(엠파스 영화정보에서의 시놉시스) 한 장의 지도! 세 명의 추적자! 이긴 놈이 다 가진다! 1930년대, 다양한 인종이 뒤엉키고 총칼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만주의 축소판 제국 열차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격동기를 살아가는 조선의 풍운아, 세 명의 남자가 운명처럼 맞닥뜨린다. 돈 되는 건 뭐든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 박도원(정우성), 최고가 아니면 참을 수 없는 마적단 두목 박창이(이병헌), 잡초 같은 생명력의 독고다이 열차털이범 윤태구(송강호). 이들은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채 태구가 열차를 털다 발견한 지도를 차지하기 위해 대륙을 누비는 추격전을 펼친다. 정체 불명의 지도 한 장을 둘러 싼 엇갈리는 추측 속에 일본군, 마적단까지 이들의 레이스에 가담하게 되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대 혼전 속.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2. 배우
주연배우들은 이야기 하지 않겠다.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러니 다른 이들을 이야기해보자.
ㅇ 엄지원 - 누구냐?? 많이 봤는데... 독립군 여전사로 나오는데 싸우는 장면은 없다.
ㅇ 이청아 - 동갑내기 과외하기 2에 나왔다는데... 도원(정우성)을 따라다니는 인물로 나온다.
ㅇ 류승수 - 유명한 배우... 태구의 친한 동생으로 나온다.
ㅇ 김광일 - 박창이의 오른팔 정도로 나온다. 잘 모르겠다.
ㅇ 유제문 - 유명하지. ㅎㅎㅎ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 주로 비열한 역으로 나오고(괴물의 후반부 거지) 마적단으로 나오고...
ㅇ 오달수 - 오프닝에 나오고 끝.
ㅇ 손병호 - 우하하하! 달콤한 인생(알포인트)의 선임하사가 이리 가볍게 나오다니(TV에서 그런적 있지?). 아편굴의 일본쪽 첩자
본편
3. 色
감독의 의도는 분명하다. 웨스턴, 특히 이탈리아 웨스턴이란 장르에 한국적인 것을 입혀보고 싶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는 뻔하다. 확실히 한국 스타일의 웨스턴이 나왔다. 단지 그걸 김치 웨스턴이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맘에 안드는것 뿐이다.
웨스턴에서 한국적인 색채는 어떤 것일까?
(1) 좋은 놈, 나쁜놈, 이상한 놈을 다 섞어버렸다. 우리나라는 음식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비벼먹고 섞어먹고 말아먹는 걸 좋아하는가? ㅎㅎㅎ 다른 나라의 웨스턴에서는 주인공들이 섞이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선 섞였다. 성격도 섞이고 사람들도 섞이고 목적도 섞이고...
(2) 한국인의 정서가 있다. 빼앗김의 정서. 특히나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30년대의 정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나쁜놈이던, 좋은놈이던, 이상한놈이던 각자 빼앗김의 정서를 표현한다.
(3) 강박관념이 있다. 섞은 다음에 가열차게 그 표현을 하는 순간. 그 순간이 한국인만의 색채다.
솔직히... (3)번은... 내가 봐도 무리... ㅎㅎㅎ
자.... 색깔은 너무 멋있다. 황야의 표현이 너무나 멋있다. 다소 세밀한 부분은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거친 황야의 색감은 멋있다.
4. 樂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음악 자체는 꽤 장난 아니란다. 음향효과 및 시스템 자체때문에 스크린이 떨릴 정도라고 하니.
특히 놈놈놈의 배경음악들은 우리 귀에 매우 익숙한 음악들이다. 그래서 거부감은 전혀 없거니와 새로운 느낌도 별로 없다. (웨스턴 무비들을 은근슬쩍 수없이 들었기에 귀에 매우 익숙하다)
그런데 왜 웨스턴 무비에서 라틴음악이 그렇게 자주 쓰일까?
정말로 영화를 보면 즐겁다. 매우 즐길 수 있다. 얼마나 즐거웁냐고??
단계별 액션(기차 - 귀시장 - 만주벌판)도 좋고, 캐릭터들(나쁜놈, 좋은놈, 이상한놈)도 좋고, 오랜만에 만주벌판을 봐서도 좋다. 굉장히 즐겁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웨스턴 장르를 보라.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3:10유마... 이것이 즐기기 위한 영화인가??? 고민하기 위한 영화지. 차라리 비슷한 것을 보자면 진짜 즐길 수 있는 '킬빌'을 떠올리겠다.
이 영화는 고민하지 마라. 보고 즐길 영화이다. 오로지 보고 즐겨라.
김지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최후의 통첩을 한 것 같다. 장르에 완전히 몰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괜히 고민하거나 영화를 보면서 쓸데없는 생각 없이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주변에 그런 영화들이 또 있는가??? 많이 있지. 클로버필드를 고민하면서 보겠는가? 트랜스포머를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보겠는가? 고민할 영화는 다른 방법으로 고민하자.
쾌감을 즐길 수 있는, 오랜만에 웨스턴을 즐길 수 있는, 한국의 입맛에 맛는 웨스턴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5. 狂
오로지 미친 것은 감독이고, 배우들이고, 스탭들이다.
아~~~ 어떻게 그렇게 기차 안에서 사람들을 몽땅 뒤집을 수 있는건가...
어떻게 그렇게 귀시장에서 그런 액션이 나올 수 있는건가.
어떻게 만주벌판에서 그렇게 거칠게 할 수 있는건가.
여러 기사들을 보면 정말로 스탭들이 무척 고생하고 온갖 아이디어를 도출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탭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내가 영화 관계자도 아닌데 뭔.....)
스탭들 중에서도 특별히 한 분에게 더욱 고마움을 느낀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에 나온 추모글귀.
'지중현 무술감독 겸 배우'
얼핏 들었지만 나중에야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될 수 있었다.
배우들? 미친거야 당연하지. 미치지 않고 그런 연기를 할 수 있겠어???
솔직히 여기서 진짜 주연배우들을 말해보자.
정우성. 아무리 중천이니 무사니 경험을 했다고 해도... 와~~~ 중국/홍콩 배우들 만치나 말도 잘타고 총도 멋있게 쏘고... 정말 치가 떨릴 정도로 멋지긴 하다. (특히 정우성이 나오는 순간 내 양 옆의 여자 관객들 입에서 탄식이.... ㅡㅡ;;;;;; )
이병헌. 별로 좋아하지 않는 배우.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병헌에게는... 달콤한 인생도 그렇고 놈놈놈에서도 그렇고... 스타일 안에서의 꾹꾹 참고 버티는 다른 인격이 느껴진다. 이상하게도 그런 느낌이 더이상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맛깔스럽게 느껴진다.
송강호. 쉬리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알아가던 배우의 모습은 '살인의 추억'에서 오히려 판이 박혀버리고 그 모습이 온갖 영화에서 모두 나오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영화마다 송강호의 모습에 오히려 그 순간만큼의 역할에 몰두하게 만든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는 항상 굴레를 가지고 있던 '소시민'의 모습에서 그나마(?) 벗어난 듯 하다.
6. 총평.
김지운 감독은 이번에 수없이 많은 매체를 통해 '스토리를 포기했다'라고 한다.
그만큼 2시간이 넘는 시간 안에 스토리보다는 장르적 특성을 더 많이 포함시켰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 '스토리', 아니 그동안 김지운 감독이 중시했던 '드라마'를 떠오르면 안될 것 같다. (드라마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만주대륙이란 광활한 공간에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오고 수많은 이야기가 생략되었으므로!!!!
이 영화를 드라마 化 한다면 (미니시리즈 식으로) 생략된 이야기와 함께 더욱 더 풍부한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오프닝처럼 시작한 후 박창이가 지도를 가져간 이상한 놈이 태구라는 것을 느끼면서 과거로 피드백(손가락귀신 씬, 단 손가락귀신은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는다)
착한놈 윤도원이 현상범 사냥을 하는 과거와 청아를 데리고 사는 이유, 그 사이에 들어온 독립군 나연, 그리고 슬쩍 풍기는 삼각관계
이상한놈의 만주생활을 통한 다양한 주변인물과의 관계(마적단, 만길, 할매 등)
전반적인 1930년대의 만주시대를 표현해줄 수 있는 마적단들, 아편장사꾼들, 일본인들, 매국노들 등등등....
이렇게 생략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포함하여 미니시리즈로 만든다면... 와~~~ 정말 대박이겠다.
영화는 볼만 했다만 중요한 스토리의 생략으로 인하여 울 나라에서 1천만 돌파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영화관객(짝**렬님의 지적에 따라 수정)은 영화에 내용이나 전달, 스토리가 없으면 무시를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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