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후배의 결혼식

樂+狂2004. 3. 3. 14:55
정신없이 오전에 있던 회의 두건을 끝내고 12시 반도 안되어서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차를 끌고 여의도로 향했다.
역시 토요일 오후 12시 반이니까 도로는 막힐 수 밖에 없다.
장수에서 송내, 중동까지 이르는 외곽순환도로에서 막히는 건 막히는 것도 아니었지.
부천에서 신월까지 막히는 경인고속도로에서 가다서다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다시한번 너와의 기억이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조금씩 생각이 났다.
한 두시간 뒤에 마지막 만남을 가지게 될 너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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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방 뒤의 철망과의 좁은 공간에서 둘이 벽에 기대어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길 했었지.
그때, 너희 부모님 이야길 들었고, 너의 교회 이야길 들었고, 너의 동생 이야길 들었지.
널 사랑하시는 부모님의 동아리 생활에 대한 반대,
네가 좋아하는 교회와 교회생활과 맞지 않는 동아리에 대한 너의 혼란,
네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네 동생과의 싸움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 하면서 우는 너의 큰 눈을 바라볼 수 없었지.
닦아줄 수도 없었어...
왜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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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월을 지나치니까 그때부터 조금씩 길이 뚫린다.
이 길로 주욱.. 계속 가다보면 영등포경찰서가 나오고 여의도가 나온다.
아직도 회사에서 급하게 나오느라 작업복을 그대로 입고 있다.
차 뒤에는 양복이 걸려있는데...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어제 저녁에 기숙사 동생이 골라준 넥타이가 아닌 다른 것을 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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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어느정도 짬밥이 생기면서 나도 요령을 피울 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밤에 교환대에서 근무를 설 때...
적어도 새벽이 아닌 이상 11시에서 12시 사이에 내 근무순서가 오면
아무도 없는 순간을 골라 내가 알고 있는 녀석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받으면 다행 안받으면 그만...
나도 사람을 무척이나 그리워 한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았고...
많은 사람들을 그리워 한 덕에.... 제정신으로 군생활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맨날 같은 이야기만 한다.
부모님 얘기, 교회 이야기... 동생이야기...
아.. 그리고 동아리 사람들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자기가 곧 3학년이 되면서 동아리 생활을 잘 못할 거 같다는 이야기...
그때부터 예감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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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를 찾지 못해 여의도를 두번이나 돌았다.
그리고 억지로 장소를 찾아 주차를 시키고 옷을 갈아입었다.
마지막 녀석의 모습을 오늘 오지 못하는 다른 이들을 위해 남기려고 카메라도 빼들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본다.
결혼식 올 수 있겠냐고...
어젯 밤 연락했던 한 녀석 밖에는 없다.
동기도.... 선배도.... 후배도....
동아리를 떠난 이후... 동아리 사람들과는 등을 진건가???
식은 오후 3시인데 도착은 1시 반에 했다.
아직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신부대기실에 모습을 드러낼 터...
15층 예식장에서 5층으로 내려가 커피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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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을 마치고 1년간 필리핀에 간단다.
왜?
영어어학연수란다.
가서 내 고향친구들 많이 보고 오라고 농담한마디 했더니 웃는다.
노가다를 하면서 전화통화만 하다가 정작 가는 것도 못하고...
그러다보니... 전역 한 이후에 거의 1년 반동안 얼굴을 못보게 되는거다.
아쉽지만.... 나도 돈을 벌어 복학을 해야 하기때문에... 정신이 없다.
마지막으로 잘 다녀오고 항상 건강 조심하라는 이야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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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두시 10분이 넘었다.
다시한번 승강기를 타고 15층으로 올라간다.
때마침 아무도 타지 않은 승강기 안의 거울을 보며 넥타이를 바로잡는다.
아까 작업복 때문에... 약간 구겨져 있다.
에라 모르겠다.
15층 문이 열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시끄러이 왔다갔다 한다.
이미 식장에는 두시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식을 올리고 있고
그들을 축하해주러 온 많은 사람들이 식장 안에... 그리고 식장 바깥에 우글거린다.
아까 보았던 신부 대기실로 한발 한발 걸음을 옮겼다.
신랑인 듯 보이는 사람이 신부대기실로 막 들어간다.
키가 굉장히 크다.
뭐하는 사람이었는지 예전에 이야길 들었던거 같은데 까먹었다.
나보다 20은 더 큰것 같은데 마른 편이다.
신부대기실 앞에는 신부 친구인 듯한 사람들과 친척들이 앞을 가로막고 구경하고 있다.
나도 그 사이에서 빼꼼이 고개를 내밀어 사람들 사이로 신부를 본다.
잘 안보이지만... 드레스와 드레스 옆의 턱시도... 그들을 찍는 사진사와 촬영기사...
하얀~ 드레스와... 까만 턱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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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정신없이 살아온 98년....
나는 나대로 동아리, 학생회, 공부에 신경써야 했고
어학연수에서 돌아온 그녀석은 나름대로 취직에 신경써야 했다.
그 사이 둘이서 만난적은 한두번 정도 되지만...
만나서 이야기 하는 거라곤 별로 없거니와 같이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학교 내에서 왔다갔다 하다가 간혹 마주칠 뿐...
그리고 그녀석이 98년 말 취직을 하면서는 볼 시간은 전혀 없고
그렇게 99년이 되면서 내가 4학년이 되던 해...
그리고 학생회의 부의장이 되던 해...
3월인가.. 4월인가...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녀석이 찾아왔던 날...
그녀석과 같이 밥먹던 날...
그리고...
그녀석이 이야기 한 날.....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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