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리즈2탄 - 12월 12일:관악산 산행(3)
色+樂2004. 12. 13. 20:27
연주대에서 내려와 연주암에서 잠시 화장실에 들리고
팔봉능선으로 향하는 언덕을 헥헥대고 올라가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선인지로님 과 고꼭지님 두분 다 컵라면을 싸왔는데...
나는 아침에 보온통을 찾지 못하여 컵라면 대신 김밥을 사왔고...
그래도 다들 맛있게 먹었다.
게다가 막걸리도 마시고.... 선인지로님이 담군 더덕주도 한잔씩 하고..
더덕이 소주에 목욕한 물이라고 했는데... 조금 더 담궈야 제맛이 나올 듯.
식사 후 디저트로 커피도 마시고 딸기도 먹는데 날이 점점 흐려지며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다들 옷을 챙겨입고 다시금 떠날 채비를 한다.
2시 조금 넘어 팔봉능선으로 가기 전 봉우리에서 연주대쪽을 찍어본다.
안보인다....
오전에 비해 오후가 되니 날이 흐려지면서 태양도 구름속으로 숨어버린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정말 비가 올 것 같다.
선인지로님을 따라 팔봉으로 다가서면서 국기봉이 보였다.
그리고 옆쪽으로 하나 둘 씩 보이는 8개의 봉우리... 7개인가?
여기서 보니 아기자기하게 보이긴 하다.
이쪽 능선들이 올라온 쪽보다 볼 것이 참 많은 듯 하다.
우리가 목표로 가고 있는 왕관바위는 아직 멀었다.
팔봉능선을 따라가다 보니 재미난 바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무슨 바위인지 그 이름을 모르겠으나
바위의 색과 하늘로 솟은 모습은 힘을 느끼게 했고
바위의 굴곡과 아름다운 곡선들은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
이곳의 모든 바위들은 하늘을 향해 자신의 성기를 내뿜는 남자가 될 수도 있고
하늘을 향해 모든 염원을 바라는 어머니의 유방이 될 수도 있겠다.
팔봉능선을 내려가는 길은 제8봉부터 시작하여 7봉 6봉.... 순이다.
모든 봉우리는 암벽으로 되어 있는데 초보자들에게 좋은 것이 우회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인지로님은 암벽을 택하셨고... 고꼭지님도 그 뒤를 따랐기에
나는 팔다리가 후들거리는 상태에서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오르는 것은 그나마 여기저기 밟고 오를 수 있었는데
내려갈 때에는 도저히 길이 아닌 곳에서는 내려갈 수 없어 우회할 수 밖에 없었다.
아... 이 겁많은 삼마야...
ㅜㅡ
3봉인가 4봉쯤에 왔을 때.... 왕관바위가 나타났다.
거 참 재미있는 바위다.
아까 팔봉 초입에 만났던 바위와 이 왕관바위를 보고 그게 생각났다.
Lord of the Ring - Two Towers
흐흠...흠...
이 왕관바위는 어떻게 혼자 올라갈 수가 없다.
다리 길이가 찢어서 2미터가 되지 않으면... ㅜㅡ
아니... 그래도 혼자 올라가기는 힘들다.
바위도 미끄러울 뿐 더러, 마땅히 손을 내밀 곳도, 발을 디딜 곳도 찾지 못한다.
게다가 잘못하면 사이에 다리가 끼어버리는 수가 생길 것 같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용감하신 선인지로님과 고꼭지님은 올라가셨다.
나?
두분의 짐을 지키느라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두분이 내려오는걸 도와주기 위해서라도 올라가지 않았다.
또한...
두분이 왕관바위에 올라가신 모습을 찍어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흘흘흘...
그렇게 왕관바위를 뒤로 하고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중간에 다시 암벽이 나왔으나 이제는 쉬운 부분이어서 나도 쉽게 패스.
날이 흐리더니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선인지로님과 고꼭지님은 방수되는 옷을 입으셨기에 걱정이 없겠지만...
내껀 아닌데... 어떻하나 걱정.
그러나 다행히 몇방울 몇분 떨어지다 만다.
그리고 서쪽하늘부터 다시 태양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내려오는 도중에 저 아래쪽 봉우리에서 주황색 연기가 치솟아올랐다.
잠시 후 오렌지색을 입은 구조대원들이 팔봉을 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들것을 메고 대여섯명이서 꼭대기로 올라가고
한참 후 헬기가 와서 저 윗쪽 능선에서 잠시 맴돌다가 사라져갔다.
누군가가 다쳤음이 분명했을 것이고...
무사히 후송되었길 바란다.
팔봉 밑으로 내려오니 개울이 나타났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아주 아름다운 광경이 될 개울이다.
거기서 서울대 쪽으로 발길을 돌려 한참을 내려왔다.
서울대쪽에 내려온 시간은 5시 쯤.
신림동으로 이동하여 선인지로님이 알고 계신 해물탕 집에서 간단하게 뒷풀이를 하고 마쳤다.
혼자 산행을 할 때는 보통 출발 한 다음 꼭대기를 찍고 잽싸게 내려와 기껏해야 4~5시간이다.
그러나 같이 산행을 할 땐 이렇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이것도 구경하고 저것도 구경하면서 지나다보면 6~7시간이 금방 간다.
이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나중에 선인지로님, 고꼭지님과 소백산을 같이 가기로 하고
덩달아 부석사 관광까지 포함하는 패키지 여행을 구상해봤다... 흘흐..
선인지로님 덕분에 좋은 산 구경했고, 고꼭지님 덕분에 많이 웃으면서 산을 탔다.
이것이 사람들과 같이 여행하고 산행하는 기쁨인가보다.
여기 파찌아빠님이랑 가는세월님, 도시애들 형님 등등과 같이 엠블 식구들하고도 산을 타면 재밌을 듯 하다.
정말..... 지난번 같이 못간게 아쉽다.
신도림에서 헤어지고 인천 들어오니 9시가 조금 넘었다.
두번에 나눠 빨래를 하고 샤워를 하고 12시 넘어 잠이 든다.
낼 아침에 온몸이 쑤시고 붓고 할 것을 생각해도...
관악산의 멋진 장면들이 며칠간 꿈에 나올 듯 싶다.
좋은 산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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