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리즈2탄 - 12월 12일:관악산 산행(2)
色+樂2004. 12. 13. 19:28
다시 한시간을 올라 어느덧 연주대 가까이 다가갔다.
느긋한 능선은 사라지고 오르락 내리락 봉우리들이 점점 많아진다.
하늘에 가까워질수록 바위들의 향연은 더욱 멋들어지고...
아랫 봉우리에선 별로 없던 사람들이 윗 봉우리에선 바글바글댄다.
우리도 그 바글대는 사람들 중의 하나이겠지.
연주대 바로 밑에서 잠시 쉬어가는 곳.
이렇게 주변을 둘러보니 확실히 산의 위엄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저 절벽을 보라.
아니, 저 절벽보다는 절벽의 명당을 차지하고 있는 노송을 보라.
저 노송은 저 자리에서 얼마나 오래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을까.
저기는 아무도 다가갈 수 없는 곳.
옛 선인이 저 명당에서 도를 닦았을지... 세상의 허물을 닦았을 지...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은 곳이다.
능선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쉬고 있을 때 지나가던 아저씨 두분인가 세분이 다가오신다.
넉살 좋고 기분 좋게 우리들이 입맛을 축이고 있는 초코렛을 탐(?)내신다.
기꺼이 드리고 나니 이런 저런 말씀을 해주신다.
이렇게 높은데 있으면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요즘 세상이 힘든 가운데 옥상이며 다리며 뛰어내려 죽을 사람들은
이런 곳에 와서 뛰어내리지 힘든 곳에서 뛰어내린다고...
속세에서 힘든 삶, 어려운 상황은 원래 산에 오면 뭍고 가게 되어있단다.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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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가뿐한 마음으로 심신이 자연스레 맑아지고...
힘들어도 흘러내린 땀방울만큼... 고민과 번뇌도 흘려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힘들어도 흘러내린 땀방울만큼... 고민과 번뇌도 흘려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많은 산들은 산에 오르는 사람들의 고민과 번뇌를 먹고 사는 지도 모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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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소요산에 올라갔을때 느낀 감정을 적었었다.
그때랑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아저씨들은 고꼭지님을 맞이하여 이런저런 농을 즐겁게 하시며
초콜렛 답례로 과자 세개를 주고 가신다.
우리도 곧 자리에서 일어나 연주대를 오를 준비를 한다.
예전 연주암에서 연주대를 지나 내려올 때는 잘 몰랐는데...
이쪽에서 올라갈 길을 보니 장난이 아니다.
연주대 바로 밑 암벽에 사람들은 줄지어 있고
절벽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려있다.
어떻게 저런 길을 그렇게 오르려고 하고 내려오려 하는 것일까.
두려움은 잠시 뒤로 두고 선인지로님 먼저 올라가고...
고꼭지님을 힘들게 올려보낸 뒤 나는 도저히 오르지 못할 것 같아 우회했다.
그리고 마지막 연주대 바로 밑 밧줄을 잡았다.
한 가족이 연주대 밑 암벽을 내려오는데 어린 여자아이가 무섭다고 울면서 발버둥친다.
아이 아빠인지 친척인지는 모르겠으나 겨우겨우 아이를 데리고 바위를 끌고 내려온다.
사람들이 모두 합심해서 근처에서 여자아이를 붙들어주고 달래준다.
아이 아빠는 더 작은 남자아이를 데려오기 위해 다시 올라가고
여자아이는 엄마가 올때 까지 울음을 그치고 기다린다.
더 작은 남자아이 역시 힘들게 아빠에게 매달려 내려오지만 약간 역부족.
여러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아이를 받아 안전하게 내려준다.
무사히 내려가길 바라면서 밧줄에 힘을 주어 오르려는 순간!!!!!
연주대 밑으로 막 내려오는 어느 등산객과 눈이 마주쳤다.
그순간 머릿속으로 잽싸게 CPU를 돌리고 하드 속에 있던 인물과 대치시켜봤다.
굉장히 낯이 익으신 분인데... 얼래? 얼라리요?
가는 세월님!!! 앗... 아니 도시애들 형님!!!!
도시애들형님도 나를 보더니 "삼마!!!" 소리친다.
바위에 매달려 밧줄을 잡고 서로 알아보는 반가움에 먼저 이름을 외치고
이런 저런 말을 나눈 뒤 도시애들 형님께서는 먼저 연주대에서 기다리신다고 했다.
와웅...
그렇지 않아도 요즘 관악산에 자주 오르신다는데... 이렇게 뵈니 정말 반갑다.
도시애들님과 직접 만나뵌 적은 없지만 사진으로나마 열심히 봐왔기 때문에..
얼굴을 뵙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었던 것!
근데 왜 가는세월님 이름이 나왔을까///// ㅡㅡ;;
도시애들님과 연주대에서 잠시 대화를 나누었다.
솔직히 너무 반가워서 뭐라고 떠들었는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굉장히 흥분했던 터라...
산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이렇게 또다른 기쁨과 행복을 가져다 주나보다.
그 기분에 산을 타는 사람들이 있을까?
많을 것이다.
사진을 지나가는 분에게 부탁해 찍었는데 그게 나오지 않았다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사진기로도 찍는건데... 에효..
일행이 있는 관계로 도시애들 형님과는 그렇게 헤어지고
선인지로님과 고꼭지님과 함께 간단하게 정상주(중간에 산 조막걸리) 한두잔씩 했다.
별로 좋지 않은 얼굴이지만 그래도 정상에서 셀푸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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