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친절한 금자씨

2005. 10. 2. 10:39
올드보이 이후로 아직 내 머리와 마음을 울리는 충격과 감동을 주는 영화는 없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기대하던 2005년 최고의 기대작 금자씨가 개봉했다.
올드보이의 감독인 박찬욱 감독의 최신작이자 복수 3부작의 마지막 편이라는 것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끈 영화이며,
나역시 그가 말하는 복수의 끝이 어디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올드보이'의 충격과 감동을 또다시 받을 수 있을지가 궁금했다.
그렇다.
올드보이 이후, 영화에 대한 목마름이 간절했던 것이다.
그러나, 금자씨 개봉 후...
화려함과 미려함이 포함된 아름다운 서정적 복수극이란 칭찬을 받으면서도
올드보이에는 미치지 못하는 극적 전개나 충격, 감정이입 등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니....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 있으나...
직접 확인해봐야지... 어떻겠는가...
스토리야 다들 뻔히 알 터이니....
언제나 그렇듯,,,, 내가 보는 관점에서 평을 하고자 한다.
사실 평도 아니다.
그냥 느낀 감정이다.


1. 스토리.
13년의 치밀한 복수 준비.
교도소를 나온 후 진행된 치밀한 복수극.
그리고 생각치도 못했던 반전으로 인한 드라마의 새로운 전개.
금자씨는 결코 구원받지 못했다....
그 마지막 한마디로...
영화 전반적인 내레이션을 한 인물이 극중 금자씨의 딸이었으며
영화가 기술되는 시점은 미래의 어느 날(금자씨가 없는)이었음이 드러난다.


2. 전개
감금과 복수라는 2가지 큰 물줄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올드보이와 다름이 없다.
하지만 그것을 전개하는 방식은 틀리다.
올드보이는 15년동안의 감금생활이 관객과 같이 이어지고, 그 후 5일간의 복수여정이 관객과 같이 이어진다.
금자씨는 13년동안의 감금생활이 현재의 복수여정과 수시로 겹쳐져 있으며
회상, 또는 내레이터의 설명으로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들락날락거린다.
그 안에서 극의 시간적 전개를 감정이입하기는 힘들다.
그저, 그때그때 나오는 금자씨의 복수에 동참하는 인물들과의 관계를 통해
어떻게 감금생활을 하면서 복수를 다짐했는지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금자씨의 성격이 어떠했는지를 알려준다.
또하나의 가장 큰 전개적 방식은
올드보이에 비해 금자씨의 복수 단계가 방향을 다르게 가져간다는 점이다.
올드보이가 기-승-전-결의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간다고 했을때,
금자씨의 전개는, 이러한 단계를 거치지 않고
제 1막, 제2막, 그리고 제3막을 걸쳐간다는 것이다.
제1막이 복수를 차곡차곡 준비하는 과정이면
제2막은 딸아이와 백선생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복수를 막는 과정과 복수를 하는 과정이 맞물리는 숨막히는 단계,
제3막은 백선생의 감춰진 행위가 드러나면서 복수를 금자씨 개인의 복수가 아닌 다른 피해자의 복수로 이어지는 단계이다.
박찬욱 감독이나 정성일 평론가의 대담(씨네21 516호)에 의하면,
친절한 금자씨의 진짜 복수가 제3막이며, 영화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제3막이라고 한다.
기승전결이 1~2막으로 1차례 끝났다면 제3막은 기승전결의 다른 차순이 아닌
새로운 설명인 것이다.
그것이 바로 금자씨 스스로 구원 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느꼈다.


3. 복수
그럼 금자씨의 복수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여성의 복수이다.
그것도 아주 아름다운 여성의, 천사같은 여성의 복수이다.
아름다운 척, 천사같은 척 하는 이중적인 여성의 복수이다.
그래서 그 복수의 형식이 아름다울 수 도 있고 화려할 수도 있다.
복수의 과정은 대략 이러하다.
자신의 아기를 인질로 협박한 백선생에 의해 스스로 감옥에 들어간 후
복수를 다짐하고 차근차근 진행을 한다.
그러한 복수의 여정을 마련하는 계기는 바로 '친절함'이다.
그 친절함으로 복수의 준비를 하나, 둘 씩 해나가는 것이다.
이용당하는 사람들도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기꺼이 동참한다.
그렇게 13년을 뒤로하고 현실로 돌아와
빵집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공간에서 준비된 복수의 일정을 시작한다.
물론, '의식주'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일차적으로 준비하고
자신의 복수에 대한 일련의 의식의 절차로, 자신이 죽게한 아이의 부모를 찾아가 손가락을 자른다.
이것은 의식의 일종이다.
죄값을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복수에 대한 일련의 의식처럼 보인다.
죄값은 부모에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에게 해야 옳다.
금자씨는 그렇게 생각한다.
의식을 마치고 난 후, 사람들을 만나 하나둘씩 복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딸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 부분이 다소 나에게는 애매한 부분이다.
이미 호주로 입양되어갔는데... 거기까지 가서 딸을 만나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도 일종의 의식이었을까?
복수의 의식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딸은 스스로 복수의 여정에 동참한다.
동반자가 아니라 딸은 자신을 버린 엄마에게, 아니 금자씨에게 복수하려고 동참한다.
한편, 복수의 칼날은 금자씨만 갈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니, 칼날이라기보다는.... 다른 것이겠지.
바로 처형이라는 의미일까?
백선생은 종교를 통해 금자씨를 감시하고
청부를 통해 금자씨를 납치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이 실패로 끝나면서 동시에, 자신이 드디어 복수의 대상이 됨을 깨닫게 된다.


4. 속죄.
친절한 금자씨의 중요한 키워드는 '복수' 뿐만 아니라 '속죄'에도 있다.
복수는 금자씨가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부모가 했다.
금자씨는 속죄만 했을 뿐이다.
백선생의 통역을 빌어 딸아이에게 미안하다고 3번을 말했고...
피해자의 부모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고
자신때문에 죽은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하려고 했다.
그렇다.
금자씨는 복수를 통해 속죄하려고 했을 뿐이다.
그러나
마지막 말대로 구원받지 못했다.
자신의 죄가 속죄받지 못했음을 아는 금자씨.
하얀 눈이 내리는 날, 두부처럼 하얀 케익에 얼굴을 박으면서도 속죄받지 못했음을 안다.
스스로....


5. 주의할 점.
영화볼 때, 만일 처음 보게 된다면, 까메오들을 전혀 신경쓰지 마라.
까메오들에게 신경쓰다보니... 영화에 집중을 하지 못하겠더라.
나중에 DVD를 사면 그때서야 몇번이고 볼 수 있으리라.


6. 기타, 느낀 점.
이영애는 이뻤다.
그러나.... 봄날은 간다에서처럼 이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봄날은 간다에서처럼 이영애는 사악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7. 20자평.
웃어라, 온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만 울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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