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밤새도록 엄청난 폭우소리가 들린다.

잠결에 뒤척이다 새벽에 조용하길래 잠시 밖을 나가봤다.

하늘의 구름이 장난이 아니다.





비는 소강상태인데...

또 언제 어떻게 얼마만큼 퍼부을 지 모르겠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게스트하우스 분들이랑 좌보미오름으로 향한다.

부슬비가 내리고 있는데... 비때문인지 비구름이 각 오름의 정상을 가리고 있다.







아래는 백약이오름... 

나중에 저기 입구까지 가는게 얼마나 어려웠는지....








좌보미오름의 첫번째 봉우리에서 잠시 구경후 내려가고...







두 번째 봉우리 가기 전, 게스트하우스 사람들과 헤어진다.






그리고 안개? 구름이 자욱한 오름을 오르는데....

빗방울이 굵어졌다 가늘어졌다 한다.









세 번째 봉우리를 지나서인가?

잠시 멋진 풍경이 나와서 감상한다.

빠른 구름과 안개 사이로 여러 좌보미오름의 봉우리들이 드러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시원하게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저 멀리서 바람 부는 소리와 함께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파도소리????


아니다.. 폭우 소리다.

폭우가 저 멀리서 급속히 몰려오고 있다.


급하게 우산을 꺼내 펼쳐든다.

빗줄기가 장난 아니다.












네 번째 봉우리를 지나 마지막 봉우리로 향한다.

그 폭우 속에서도 방목한 소들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다. 





좌보미오름을 내려오고 나서 입구쪽으로 나가는데... 

큰일났다.

길이 없어지고 있다.



우산을 쓰고 입구쪽에서 시멘트길로 알오름들과 묘지들에서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다.

언덕쪽은 그나마 괜찮은데 낮은 쪽은 물이 급격하게 차오르고 있다.


벌초를 하던 사람들도 급하게 빠져나가는데... 그 좁은 시멘트길에 고여있는 물을 헤치고 가니 물길이 파도처럼 갈라진다.


좌보미오름에서 백약이오름 입구까지 걸어서 15~20분 걸리는 길을 1시간만에 헤쳐나오면서...

지난 해 샀던 등산화가... 처음으로 ... 물에 홀딱 젖어버렸다.

젖은 정도가 아니다.


중간에... 20여미터 정도는 물이 발목까지 차서 점점 더 오르고 있고...


마지막 40미터 정도는 물이 무릎까지 차서 오르고 있다.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지고... 

길은 없고....

그렇다고 맨발로 가기는 ... 물 속에 어떤 것들이 있는 지 모르니.... 불안하고...


중간중간 길 옆의 돌 위로 가다가도 그나마 없으면 결국 물 속으로 들어가는 수 밖에 없다.


이러다가... 고립되어 구조요청 해야 하는거 아닌가?




그래도 이대로 고립될 순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빠져나가기로 한다.

등산화가 처음으로 물 속을 거닐다니....

젠장...







그렇게 겨우겨우 빠져나와.... 

백약이오름 입구의 계단에 앉아서 숨을 돌린다.

빗줄기는 다시 가늘어졌고....

부슬비로 바뀌고 있다.


컴컴했던 하늘은 다시 조금 밝아졌고...

그 아래에서 등산화를 벗으니 안에서 물이 쫙쫙 나온다.

우산도 필요 없을 정도로 웃도리, 아랫도리 다 젖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베낭에 방수커버를 씌워놔서... 배낭은 젖지 않았다.




젖은 담배 한개피를 피면서 잠시 생각을 했다.

이대로 백약이오름이나 문석이오름을 또 갈 수 없는 상태이니 오늘은 여기서 포기...


결국, 누님에게 전화를 걸어 누님 집으로 일단 대피하기로 했다.



이 입구에서 버스 정류장까지는 꽤 멀다.

2km가 넘는 거리에.... 왕복2차선 도로를 조심스레 걸어간다.

다시 빗줄기가 강해지고.... 후두둑 거리는 도로 위를 차들이 조심스럽게 지나가고 나도 조심스럽게 지나간다.


한참을 걷다보니.... 얼래???? 분명 오르막 같은데... 물이 거꾸로 흐르고 있다.

도깨비도로 같은 분위기다.... 신기하네...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다보니... 빗줄기는 다시 가늘어지고....

자욱한 안개만 들판에 가득 찬다.







그렇게 버스정류장(성산읍 공설묘지)까지 걸어와서 버스를 기다리고... 버스를 타고 제주시로 향한다.

아쉽게도... 오름은 이게 마지막인가...


아쉽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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