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가장 아름다운 올레길 중 하나인 7코스의 환상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다.
돔베낭길의 길이 험하다고 이전에 이정표에 나와 있었으나 정작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니 길은 그리 험하지 않다.
물론 편한 초보자들이 내서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으나 산길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저 편한 길이다.
바위와 바위 사이를 뛰어다니는 기분은 산행 시 하산길에 계곡을 지날 때 바위들 사이를 뛰어 넘는 기분과 못지 않다.
게다가 왼쪽에는 시원한 바다가 있지 않은가...






간혹 이 바위가 맞는지 헷갈릴 때에는 이곳 저곳 그려져 있는 이정표를 보면 된다.
이정표 너머 범섬이 흐린 하늘과 바다 사이에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 






왼쪽의 편한 바다와는 달리 오른쪽은 용암이 흐르고 깎인 절벽이 줄지어있다. 
다른 절벽과는 틀리게 이곳 저곳 구멍이 있는 곳도 많고.







절벽 아래의 길은 주상절리를 잘라놓은 듯한 바윗길로 되어 있다.
어떤 이들에게는 힘들 지 몰라도 오히려 이런 바윗길만 보면 기운이 나 톡톡톡 기분 좋게 넘어가는 나다.
오른쪽의 절벽에서 무언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오히려 좋은 기분으로 이런 길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돔베낭길을 지나자 야자수들이 넘실거리는 새로운 길이 나타난다.






대륜동이란 곳으로 나온다.
Story 우체통이란 곳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런 저런 편지들을 보내는 곳이지만 마지막 초록색의 우체통은 '보내지 못한 편지함'이다.
가족, 우정, 대의... 그런 것들과는 틀린 '보내지 못한 편지'
어느 누구에겐가는 보내고 싶어도 보낼 수 없고, 보내고 싶지만 보내고 싶지 않은 그런 사연들이 담겨져 있겠지.







편지함 옆의 정자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야자수 밭 옆의 가지런한 산책로를 지난다.
저 야자수 밭(?)은 바람을 막아주고 그 건너편의 삶이 한숨을 돌리게 해주는 것일 수 있다.





이제부터는 속골~수봉로 구간이다.
잠시 길을 따라 걷는데 왼쪽에서 '휘이~ 휘이~'하는 소리가 들린다.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올라온 후 숨을 내쉬면서 자신의 위치와 안전함을 내세우는 소리다.
해녀들은 거친 파도에서도 아랑곳 없이 그렇게 숨소리를 낸 후 다시 자맥질을 한다.
십여분을 그 자리에서 그 가늘고 가파른 휘파람소리를 파도소리와 함께 듣는다. 





올레길은 이제 다시 숲으로 들어선다.
크지 않은 나무들이 양 옆을 가로지르는 과수원길 사이로...





법환동으로 들어오면서 바닷가쪽으로 몇몇 이정표가 보인다.
남들이 부르는, 혹은 부르지 않는 곳의 일출명소일 수 있겠지.
아무도 없는 길 옆에 '일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곳.





그 너머 문섬이나 외돌개 해안절벽들이 어느새 멀리 보인다.
저 바다 너머로 해가 떠오른다는 것이리라.
해는 어느 곳에서나 떠오른다.
그것이 산이던지 바다던지...






길이 넓어지고 편해진다.
좁은 길이 넓어진다는 것은 그 길을 많은 사람들이 다닌다는 것이다.
염소가 다니던 길이 아닌 사람이 다니는 길...






그래서인지 숲길이 아닌 곳에는 사람의 흔적이 담겨있는 담이 있다. 






모퉁이를 돌아서니 드디어 법환포구가 나온다.
외돌개에서 4~5km를 왔나?




포구의 반대편쪽, 저 언덕과 저 숲길을 걸어온 것이다.




이제 사람의 흔적이 있는 곳으로 들어선다.




일냉이와는 달리, 이번에는 달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
망다리의 유래를 설명하는 그림은 오히려 해안이 아닌 한라산쪽이다.




훨씬 넓어진 길...





법환포구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바위들.
법환포구를 지키는 물개의 모습인가, 개의 모습인가...
그 모습이 우람하다.





올레7코스의 중간지점.
그 담벼락에 수많은 흔적들.
길은 사람이 다니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만든다.
사람의 손길이 모이면 다소 지저분해진다.
올레길을 다니는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흔적을 꼭 남겨놓아야 하나?




법환포구에 들어서면 반기는 강아지.




16.4km의 구간 중 이제 남은 거리는 11.5km다.





1/3정도 온 듯...


평일이어서인지 올레길은 그리 사람이 붐비진 않지만
관광버스 두 대가 이곳에 많은 사람들을 내린다.
버스는 다시 돌아가고, 많은 사람들은 내가 왔던 길로 물통 하나씩을 손에 들고 걸어간다.
어디까지 가려는지 모르겠지만 쉽지는 않을텐데...





몇 번의 제주도 여행을 통해, 시원스럽게 용천수가 솟아나는 해안에는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곳 법환포구 역시 시원스레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을 잘 정비해놓았다.
이곳에서 멱도 감고 빨래도 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그러나 오랜 시간동안 이 곳이 그저 마을사람들만의 흔적으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다.
몇 백년의 역사 속에 군사들의 야영지로 사용되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사람들의 삶 속에는 많은 역사가 숨어있다.




법환포구의 입구에 작은 공터가 있고 거기에 알맞은 쉼터가 꾸며져 있다.
범섬이 눈 앞에 보이고 왼쪽으로는 법환포구가, 오른쪽으로는 약간의 가게들이 늘어서있다.






어쩌면 남쪽 해안에서 범섬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범섬의 모습은 이제 하나가 아니라 둘이 되어 있다.





철옹성처럼 보이는 범섬의 모습은....
무언가 아련한 판타지로의 여행을 떠올리게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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