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서 이미 어두워진 7시 반에 출발해 발산에 도착한 시간은 8시 40분쯤.
H의 집 앞에 차를 세우고 대충 차 안을 정리하면서 H를 만난다.
"S에게 전화했어?"
"네가 한다고 한거 아녔어?"
"몰라~! S가 선배한테 한다고 했단말야~"
"참나... "
일단 동네에서 벗어나 담배를 한대 피우면서 S에게 전화하고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 천안에서 살다가 서울로 다시 올라와 발산역 근처에서 음식점을 개업한 M의 가게로 향한다.
M과 만난건 작년 12월에 내가 천안 내려갔을 때.
그때 천안에 있던 M은 내가 내려간지 얼마 후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래서 간만에 보는 터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3살 어린 남자친구와 한달 된 가게를 잘 운영하고 있다.
어느새 S가 도착하여 가볍게 삼겹살에 소주한잔(S는 술을 안마시고) 하면서 이야기가 무르익는다.
O와 어떻게 연락이 되어 O까지 참여하고...
그렇게 어느덧 시간은 12시가 넘어간다.
H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작년 9월.
1년동안 못볼거라고 생각했던, 호주에 갔던 녀석이 돌아왔다.
오랜만에 보는거라 반가워서 어떻게 살았느니 아픈덴 없냐느니 술고파서 어찌 살았냐느니 하는 둥 안부를 묻는 것이 정상이다.
게다가 그녀석은 9월부터 호주서 생활하면서 생활패턴이 바뀌었고
나는 10월 히말라야와 12월부터의 천안생활로 생활패턴이 바뀌어 서로가 안부를 묻는 것이 정상일 터이다.
다른 후배 S와 P와 O와는 그랬으니까.
하지만 H와 나는 엇그제 만났던 사람들처럼 이야기할 뿐이다.
참... 신기하다...
씨네 21 통권 598호에 거장 임권택 감독의 걸작 천년학에 대한 특집기사 중, 동호 역을 맡은 조재현과의 인터뷰에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 ...중략... 떨어져 있을 때는 연기하기가 괜찮지만 살짝 두번 만났다가 헤어질 때는 고민이 있었다. 애타게 만나고 싶던 사람을 만났는데 한두달 전에 만났던 사람 같잖아. 나는 말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감독님은 그럴수록 정작 그사람을 만났을 때는 싱겁다고 하셨다. 그게 더 사실적이라고... 중략...]
이 글을 보는 순간 딱 느낀 생각은...
얼래? 내가 나이가 그렇게 많이 들었나? 이다. 오정혜랑 조재현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느끼는 것은 영화 100편을 찍고 오래 사신 어른(?)이신 임권택 감독의 연륜과 사람에 대한 생각들이 마치 도를 닦은 것 처럼 자연스럽게 끌어안는다는 것이다. 거참... 아직 임권택 감독만큼이나 생의 고민을 한 적도 없거니와 그정도로 나이가 들지 않았는데 비슷하게 느끼는 건가?
문득 씨네 21을 보다가 후배와의 만남이 기억나 긁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