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김훈 이란 작가님의 [자전거여행]과는 비교하지 말길... 저 혼자 지껄이고 끄덕이는 것이니깐...

6월 6일. 현충일. 조국의 부흥과 발전을 위해, 그리고 조국을 지키키다가 돌아가신 순국선열들의 넋을 기리는 공휴일이 아닌 기념일.
하루종일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끝을 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7일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1박2일 갈 계획이 얼마전부터 무너졌는데
그래도 비온 다음날의 화창한 날씨를 기대하며 가리라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놈의 술때문에 결국 다음날 늦잠을 자고야 말았으니...
눈을 뜨니 여덟시 반이다. 후딱 씻고 자전거를 점검한 후 편한 옷차림을 찾았다.
전날 할인점에서 산 반바지가 마음에 든다.
대신 윗도리가 마음에 차지 않아 몇개를 벗었다 입었다 해본다.
세상에... 내가 옷입는 것 때문에 이렇게 망설이는게 내 생에 몇번이던가...
결국 나시 티 위에 남방을 걸치고 가방을 둘러메고 아파트를 나선다.
까만 선글라스를 끼고 이어폰을 끼고 라디오 주파수를 맞춘다. 아직 9시 반이다.

도로 옆을 가야 하기 때문에 항상 차를 조심해야 한다.
집에서 다행히 소래 입구까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었다.
그러나 내가 최종 목적지로 정한 곳 까지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중간중간 끊겨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은 인천 남동공단 - 소래포구 - 월곶포구 - 오이도 - 시화방조제 - 대부도 - 선재도 - 영흥도 이다.
약 40km 왕복 80km가 조금 넘는다.

소래포구에 도착했는데, 소래대교 입구부분에 풀밭이 있다.
예전에 염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풀들만 황량하고 시멘트 구조물이 이상하게 서있다.
길을 건너기 위해 잠시 기다리는데 조그마한 새끼 오리들이 도로 옆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
이쪽은 항상 차량이 많이 지나가는 길인데 아슬아슬하게 인도 위로 올라가지도 못한다.
인도 건너편의 철조망 안에서는 어미 오리가 울어대며 왔다갔다 한다. 새끼들이 철망 사이로 마실 나왔다가 들어가질 못하나 보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고, 지나가는 아이들도 커다란 트럭때문에 도로에 쉽게 내리질 못해
위태위태한 상황이 계속되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손을 들고 차들을 잠시 세운 뒤 도망치는 새끼들을 잡아 한마리 씩 다시 철망 안으로 집어넣었다.
새끼들은 풀숲속으로 뒤뚱뒤뚱 거리면서 사라져간다.

오리들을 뒤로 하고 소래대교를 탔다.
작년에 개통한 소래대교. 이전에는 차로는 이곳을 이용할 수 없고 고속도로를 이용해야 했다.
마을 사람들이나 관광객들은 소래대교보다 아래쪽에 있는 소래철교를 이용해 월곶과 소래를 왕복했다.
협궤열차가 다니던 철교. 열차는 사라진지 오래 되었고 이제는 월곶과 소래의 시장바닥을 이어주는 다리가 되어버렸다.
협궤열차를 본 적은 없다. 그러나 인천에는 열차가 다녔던 흔적이 몇군데 있다.

입구의 한가함에 비해서 안쪽의 시장에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소래대교를 건너 해안도로를 따라 월곶포구로 향했다.
이른 아침이라서 그런지 포구는 한산하다.
소래와는 다르게 이곳 월곶에서는 짠내가 물씬 풍긴다.
길에 널어놓은 소라껍질에서도 나고
포구에 차례차례 널려있는 어선에서도 나고
아직 문을 열지 않은, 혹은 문을 열고 장사준비를 하는 횟집에서도 난다.
포구의 짠내는 비리고 썩은 내가 난다.
도심 사람도, 산골짜기 사람도 포구의 짠내는 익숙해지기 어렵다.
그러나 산골짜기의 똥통 냄새도, 도심의 매연도 마찬가지리라.
어디든 사람이 살아가는 곳에서 냄새가 나지 않으랴.
그 냄새는 누군가 어떻게 살아가든간에 삶의 희노애락을 쥐어 짜 나오는 냄새이다.
익숙해지기는 어려워도 거부하지는 말아야겠지...








월곶을 빠져나와 이정표대로 시화방조제로 향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등에는 벌써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전거를 밀어주고 당겨주는 바람이 어느정도는 시원하다.
아직 오전중의 차가움이 가시지 않아서일 것이다.

나의 모습을 찍어 줄 사람이 없어서 스스로 한 컷, 두 컷, 세 컷,....






가는 길에 공원을 만났다.
시화공단 입구의 아파트 단지가 있는데 그 길 건너편에 있다.
공원은 잘 되어있었다.
사람들이 오전부터 왔다갔다 사용하고 있다.
공원 안을 가로지르다 깜짝 놀랐다.
한가운데 동물원? 아니, 새를 가둬놓은 우리가 있다.
장끼도 보이고, 닭도 보이고... 갑자기 여러마리 비둘기들이 공중을 돌아다닌다.
왜 공원에 저런 수용소를 마련해야 했을까...


『나의 날개는 부러지지 않았으나 나의 날개로 갈 수 있는 곳은 정해져있다.
나의 날개는 저 아래 걸어다니는 닭과 마찬가지이다.』





점차 올라가는 열기와 태양은 북풍의 바람보다 훨씬 쉽게 나의 겉옷을 벗긴다.
그렇게 반바지에 나시 하나를 걸치고 다시 자전거를 몰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