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이어서...
집에서 병원으로 갈 때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H가 공장에서 크게 다쳤다는 것이다.
파이프가 떨어져서 다리를 크게 다쳐 힘줄까지 나가고 해서 큰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것.
그래서 자기는 지금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나는 이럴 때 침착해진다.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병원 위치를 물어보았다.
대충 어디라고는 했는데.... 운전중이라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나중에 나와서 전화좀 해달라고 했다.
전화를 끊고 H한테 전화를 하니 받지 않는다.
P한테도 전화를 하니 받지 않고...
병원에서 사진을 찍고 나와 다시 처음 전화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막 병원에서 나와 가는 중이란다.
그리고 상황을 설명해주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내가 직접 봐야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장소와 병원 이름을 다시한번 물어보았다.
그리고 담배를 한대 태운 후... H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는다.
목소리에 힘이 없다.
파이프가 떨어져서 다리를 찍은 것이 아니라 자기가 멍청하게 걸어가다가 파이프에 발이 걸려 넘어졌단다.
그런데 심하게 부딪혀서... 왼쪽 발등이 찍히고 피가 철철 났단다....
H의 성격을 안다. 대충 스스로 수습한다.
아무일 없는 듯, 맨날 실수한거 쪼금 심하게 실수한 듯... 얘기한다.
그러나 목소리 저 아래에는 바들바들 떨림이 전해진다.
잠시 후에 간다고 얘기했다.
그럴 필요 없다고 하는데... 그래도 가겠다고 했다.
내일 오라고 하는데 오늘 얼굴이라도 봐야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럼 오늘도, 내일도 올꺼냐고 하길래 그러마 했다.
끄윽끄윽 웃으면서 그럼 오라고 한다.
전화를 끊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들어가 사진을 몇 컷 더 찍고 직원에게 얘기했다.
다른 병원에 일이 있어서 거기 들렸다가 온다고...
그리고 차를 끌고 서울로 향했다.
어렵사리 9시 반쯤 도착을 하여 물어물어 병원을 찾아갔다.
복도 구석에서 녀석 친구 2명과 얘기하고 있다.
얼굴은 그대로다....
평소 얼굴... 웃는 얼굴....
친구가 와 있으니 웃고 과장된 얼굴......
아직 마취가 안풀려서 잘 모르겠다는 얼굴인가???
다리를 봤다....
청바지에 진한 핏자국이 있다. 왼쪽 발은 깁스를 하고...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겠다.
혹시나 해서 수술 얼마나 걸렸냐고 물어보았다.
30분정도란다.... 허... 참....
ㅡㅡa
친구들 먼저 가고 나는 H랑 이런 저런 이야기좀 하다가...
밤에 심심할까봐 차에 가서 CDP하고 CD 몇장을 들고 왔다.
음악 들으라고...
그리고 10시가 넘어서 아무래도 회사 가야겠다고 했다.
마침 H 어머님께서 옷가지를 들고 오신 상태다..
내일 또 오겠다며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병실을 나왔다.
다시 병원으로 와 사진을 더 찍고 집에 들어가니 어느새 11시가 넘었다.
대충 씻고 피곤해서 맥주한잔 마시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H다...
와줘서 고맙다고 한다.
그런 말은 필요 없다.
목소리가 더욱 가늘어졌다.
힘이 무척이나 빠진 소리다.
많은 양의 피를 보고 수술하고 아파하고 하다보니 하루종일 긴장했을꺼야
지금은 병원도 조용하고 옷도 갈아입고 씻고 하니까 긴장이 화악 풀릴꺼야
밤에 마취가 풀리면 상처부위가 쑤실수도 있을꺼야
다 정상이니까 별다른 생각하지 말고 쉬어........
고맙다고 한다.
나는 너에게 고맙다는 소리를 듣고싶지 않다.
단지 너의 목소리를 듣고 싶을 뿐이다.
그렇게 나에게 기대는 목소리...
나를 원하는 목소리...
그러나....
나도 내 상황을 아는지라....
그저 나는 그렇게밖에 너에게 해줄 것이 없다.
네가 기쁘던, 슬프던, 아프던, 괴롭던....
그저 지켜봐주고 곁에 있어주는 것 밖엔 못한다.
너는 덜렁거리면서 이것저것 헷갈려 하는 자신이 바보라고 하지만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지 않고 받아넘기는 내 자신도 바보다
너의 맘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알고 있으니까...
.
.
.
어제 일요일 오후 회사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들으니 참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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