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이른바 소고기라 함은 그 옛날 부유했던 상징이기도 했거니와 특별한 날의 대접이란 상징도 같이 포함되어 있는 부분인데...
그렇기 때문에 일년에 한번 먹을까 말까 하는 그런 고기가 소고기였단 말이다. 생일날에 소고기가 들어간 미역국이 나오고, 가족에게 애가 생겼거나, 아이를 낳았거나, 좋은 일이 생겼거나 하는 경우 간혹 소고기를 구워서 먹을 수 있었기에 소고기는 솔직히 우리나라에서는 고급음식, 또는 특별한 때만 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요즘도 사실 그렇긴 하다. 다만, 미국산 쇠고기나 호주산 쇠고기 등 다양한 외국산 쇠고기가 들어온 만큼 싼 소고기를 먹어볼 만한 기회가 많아지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소고기는 '한우'가 최고라는 인식이 많이 깔려있다. 그리고 솔직히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역시 한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우의 맛은 소고기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예전만큼이나 주머니가 부족해지지 않은 요즘 시대에도 그래서 한우는 그래도 비싸고 비싼 만큼 값어치를 하는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혹시 모르겠다. 나중에 국산 vs 외산 소고기 맛대결이 벌어질지는... 하지만, 국산&외산 소고기를 먹어본 나로서는... 아직까지는 국산에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그것도 1등급 소고기라면.

가난한 시골에서 자라난 터라 어릴 적의 입맛은 모르고...  나이가 들어서야 소고기를 어느정도 먹을 수 있는 입장이라...
그동안 먹어봤던 경북(소백산, 봉화), 경기(양평 개군), 강원(횡성), 전북(정읍) 각지의 소고기 산지의 맛은 각각 틀렸다.
그렇기에 더욱 더 다양한 소고기의 맛을 즐기고자 해도.. 솔직히 제대로 된 한우의 맛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먼저 가격도 그렇긴 하지만, 워낙 비싼 고기라 싼 맛에 외산 소고기도 자주 맛보고.... 같은 지역 소고기라 해도 등급이 떨어지는 그런 부위도 먹기 때문에... 위에 언급한 지역의 특등급 소고기의 맛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그런 와중에.... 어느날 문득,  마음껏 한우를 먹게 될 계기가 생겨 다녀오게 된 한우집. [대광]
그 위치는 은평구 신사동에 있다.  6호선 새절역에서 가까이 있는 '대광 생고기 전문점'이라는 곳인데,,, 이집 주인께서는 예전 정육점을 하시다가 고깃집으로 바꾸신 거라 한다. 젊은 주인이시라 그런지 좋은 고기로 좋은 사람들을 맞이하려는 마인드는 확실하신 듯 하다. 게다가 전국을 돌아다니시면서 좋은 고기를 찾아오신다고 하니.... 그 마인드와 마음가짐을 저도 응원하겠습니다.


등심, 갈비살, 살치살 2인분과 위에 얹혀진 가리비 관자 3점.



설화한우라 함은, 마블링이 눈꽃처럼 피어있다 해서 '설화'라 부른다고 들었다.
그 유래를 찾아보려 했으나 찾아보진 못했다.





먹기 전에 기대가 되는... 두근거리는 마음이다.





다양한 밑반찬들이 나오지만 이 날의 하일라이트는... 명이나물일 것이다.
울릉도 특산물인 명이나물은 그 향이 특이하여 아는 사람에게만 알려져 있는 (그 아는 사람들은 많다.) 나물이다.
명이나물이 나온다 함은, 그 향에 맞춰 고기에 싸먹어보라는 이야기일 텐데...
한우의 맛이 조금 질릴 때 즈음 나물이나 다른 밑반찬과 어울려 먹으면 좋을 것이다.





숯은 바깥에서 1차로 활활 붙여온다.
참숯이라 화력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다만, 골고루 배치해줬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한쪽만 화력이 집중되는 그런 문제점이 있는데... 그런 불편함이 있는 경우 직접 이야기 해서 숯불을 고르게 해달라고 하면 될 것이다. 참고로, 이 숯을 어디서 가져왔는지는 묻지 못했다. 요즘 숯은 국산도 있겠지만 외국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정도 화력이라면 구울 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자... 이제 저 숯에 고기를 올려본다.
먼저 갈비살과 살치살을 올려보는데.... 흠집을 낸 갈비살은 골고루 잘 익도록 한 것이다.
처음에는 숯불의 위력을 잘 몰라 생각보다는 조금 덜 구워버렸다. 그럼에도 살치살을 처음 입에 넣었을 때 느끼는 촉감은 부드럽다. 한번을 그렇게 먹고 난 후 다음 타자를 조금 더 구워 먹었더니 훨씬 그 맛이 더 살아난다.
좀 더 질길 것이라는 예상은 저리 가고 더욱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훨씬 더 풍기다니.... 살치살과 갈비살은 well-done으로 익혀먹는 것이 훨 나을 듯 싶다.






개인적으로 한우를 먹을 때 한우만 먹는 스타일이다. 다른 양념이나 쌈도 먹지 않지만 명이나물이 있는데 같이 먹지 않을 쏘냐.
명이나물만의 특유의 향과 잘 절여진 간장의 맛이 어우러져 적절한 간과 맛이 일품이다.



자... 이제 등심을 올릴 차례이다. 옆에 고이 모셔있던 등심을 집어 불판위에 올려놓는다. 등심이야말로 한우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과연 어떨지....




적절히 굽는다고 했는데 역시나 불판의 숯이 여기와 저기가 세기가 틀려 조금 난감했다.
그래도 뒤집고 보니 한쪽은 웰던, 한쪽은 미디엄, 한쪽은 레어가 되었네????






그 중 미디엄을 잘 잘라서 한점 올리고 그 위에 천일염 몇 개를 얹어놓는다.

 



같이 간 일행에게 이런 저런 소리를 하면서 한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위의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어머... ........................................."

그냥... 말을 잊어버렸다.



아... 한우 등심이다.
천일염 몇개와 함께 입에 들어가서 씹는 순간 그냥 그냥........ 녹는다.
적당히 익힌 고기의 겉면은 겉면대로 잘 익은 한우의 고소한 맛이라면
그 안쪽의 살짝 익힌 육즙 가득한 부위는 입안 전체를 사르르 녹여버린다.
그래서 결국.... 남들에게 이야기 하다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그냥 말이 막혔다.
이런게 바로 한우의 등심맛이 아니겠는가???

그냥 한점 두점 할 것 없이 그냥 먹어버리느라 더이상 등심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육회도 나오는데....

육회는 사람마다 입맛이 틀리다.
살짝 버무린 상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계란 노른자와 함께 확실하게 버무린 상태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덜 버무린 상태를 좋아한다. 하지만 생고기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참기름과 계란 노른자의 비빔 맛으로 그걸 제거한 상태를 좋아할 것이다. 그래서.... 비비기 전에 몇 점 먹은게 다행이고... 비비고 난 후에... 더 먹었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다!!!)  이 집의 육사시미를 맛보질 못해서 아쉽다.





항정살이 나왔다.
항정살은 돼지고기이지만, 돼지고기가 아닌 듯한 맛이 특징이다.
소고리를 한참 먹다가 항정살을 먹으니 더욱 그런 느낌이 강하다.
잘 익혀서 항정살도 같이 한점!!!




남은 갈비살을 잘 굽고 천일염 몇 점을 뿌리고 마지막 고기를 입에 집어넣는다.
캬하.... 마지막 고기라는것이 아쉬울 뿐이다.




하지만, 마지막 고기가 이게 다가 아니었으니.
이젠 불고기가 나온다.
한우불고기는 아직도 지방에서는 잔치나 행사때 먹는 음식이다.
이 맛난 불고기가 나왔는데... 이제는 고기들을 양념과 같이 버무려서 먹을 수 있다.






불고기를 자글자글 끓여서 야채와 같이 익혀 덜어내어 먹으면 된다. 당연히 그렇게 먹는거다.
그런데 같이 간 일행들 중, 이걸 밥에 말아먹은 경험이 없는 분들이 계신다.
원래 밥 한공기 시켜서 불고기 국물을 같이 덜어서 국물에 말아먹는거다.
그렇게 밥에 국물을 흠뻑 담궈서 흡수시켜 먹어주면 그 맛이 끝내준다.






이제 밥을 좀 먹으니 반찬들에도 손이 간다. 명이나물은 그대로 먹어도 맛있고... 양념게장의 특유한 양념맛도 오랜만에 맛본다.
김치는 김치대로 맛이 있어야 하는데... 고기에 비해 다소 아쉬운 맛을 느낀다. 하긴, 돼지고기도 아니고 소고긴데 소고기가 중요하지 김치가 중요하진 않다.





마지막으로 입가심용 냉면을 먹어본다.
여기는 냉면이 고기 시식 후 나오는 서비스 수준이 아니라 별도로 가격이 책정된다.
그런데 여태껏 먹은 고기의 훌륭한 맛이 이 냉면으로 인해 절반이상 감소되어버리는 느낌이 든다.
최고급의 고기에 이런 맛의 냉면이라니...  이 메뉴를 없애던지 아니면 좀 더 고급스러운 냉면으로 바꾸던지 해야 할 듯 하다. 비빔은 비빔 나름대로의 양념맛이 있다고 하나 물냉면은 솔직히 아니먹는만 못하다고 생각이 든다. 후식을 냉면으로 권하려면 육수, 면 등 냉면의 체질을 바꿔야 할 듯 하다. 고기에 비해 너무 값이 떨어지는 맛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맛은 틀리겠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솔직히... 많이 아닌 듯 하다. 






분명 가격대는 만만치 않다. 소고기가 흔히 먹는 라면과 같은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한우를 먹고자 한다면 분명 각오를 해야 하긴 하다. 하지만 한우를 먹고자 한다면 제대로 먹을 각오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면 이정도 수준의 맛과 질을 보장해야 한다. 그래야 아~ 한우좀 먹었구나 할수 있는 것이다.




한번을 먹어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있어도 제대로 먹으려면 너무 무리인 곳도 있다. 먹었는데 제대로란 느낌이 안드는 것도 문제고.
이 곳은 그만한 값어치를 할 만한 곳으로 여겨진다.
다만, 가게 위치가 애매한 곳이라 여기까지 나오는 것은 각오를 해야 할 듯.
DMC나 월드컵공원쪽으로 올 일 있으면 가까우니 들려도 좋을 듯 싶다.


가게 전체의 면적은 1층만 있어서 그리 넓진 않다.
좌석도 그냥 테이블에 앉아서 먹을 장소가 대부분이고 평상같은 마루에 앉아서 먹을 만한 좌석은 12~16좌석 정도.
만일 가족 행사라면 미리 전화예약을 하고 오는 것이 좋을 지도...






위치 :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 39-6 1층 (새절역 4번출구에서 상당히 가깝다. 걸어서 3분)
연락처 : 02-376-3369


약도? (다음맵에서 대광생고기전문점이 아니라 대광한우로 검색해야 나온다는 불편한 진실... 사장님이 바꾸셔야 할 듯)





'色+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니퍼 로렌스 (헝거게임)  (0) 2012.04.14
이태원 산책  (0) 2012.04.04
닭갈비, 숯불닭갈비  (2) 2012.03.11
토리노의 말  (0) 2012.03.02
황홀했던 저녁...  (0) 2012.02.20
갯벌의 진주 2호점 - 조개찜... 그리고... 0410우동  (2) 2012.01.25
부러진 화살(Unbowed, 2011)  (0) 2012.01.17
수리산  (0) 2012.01.06
12월 23일의 영화 간단평  (0) 2011.12.23
12월 2일의 영화 간단평  (0) 2011.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