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방향 & 아리랑
1. 북촌방향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2009년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가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 TV나 케이블을 통해서 조금씩 다른 작품들을 맛보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극장에서 본 영화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뿐이었죠.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엄청 짜증나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영화 시작한 수 15분만에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영화 내용 보다는 극중 주인공인 '구경남'의 역할이
짜증났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장 싫어하는 유형의 캐릭터 중 하나였으니까요.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모습에 내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옥희의 영화'와 '하하하'를 봤을 땐(첩첩산중은 못봤습니다.)
짜증은 훨씬 줄어들면서 오히려 더욱 즐겁고 유쾌하게 영화를
봤습니다.
특히나 '하하하'는 너무 재미있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으니까요.
'북촌방향' 역시 재미있습니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조립-해체-재조립이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 영화 마찬가지로 조립과 해체, 재조립을 하는데 그 형식이
익숙하다보니 너무 재밌습니다.
그 언젠가 제 댓글에 남겨놓은 블로그 친구 '우연'님의 말씀엔
'소설가 김연수씨 표현으론 홍상수 영화는 지식인들이 눈뜨고 꾸는 꿈들이라고 하더군요.
실제 꾸는 꿈보다 훨씬 더 강열한 이미지를
낳는,
그게 대부분의 사람에겐 불쾌하지만 본인은 새로운 경험이 된다는 표현과 함께
그래서 그의 영화는 35세 이상
관람가라고;;'
이라고 했습니다.
확실히 서른 초반에 보는 거랑 서른 후반에 보는 거랑은 너무도 차이가 틀릴 것 같습니다.
마지막, 북촌길 이정표를 배경으로 사진에 찍히는 주인공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p.s. 극중 1인 2역을 한 김보경님이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얼굴이어서... 꽤 오래 살펴봤는데요...
얼래??? 영화 '친구'에서 나오셨던 '진숙'역할의 그분이시네요.
그런 느낌이 안났는데... 오히려 '파주'에서의 느낌이 더욱 가까운 것 같아요.
팬이 될 것 같습니다. ^^
2. 아리랑
다음
영화정보에서는 '다큐멘터리'로 되어 있지만
감독이 이야기했던 것 처럼 다큐멘터리도, 드라마도 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영화는 감독의
'모노드라마'로 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일상을 보여주다가 술 한잔의 분위기에 자아에 대한 질문과 고백으로 이어집니다.
제1의 김기덕이 제2의 김기덕에게 질문하면서 이제
나오라고 하고
제2의 김기덕은 제1의 김기덕에게 대답하면서 나중에 울분을 토합니다.
제3의 김기덕은 김기덕의 그림자의 질문에 대답을
합니다.
이 와중에,
3년간 영화를 찍지 못하고 숨어사는 이유를 언급합니다.
비몽을 찍을 때 여주인공(이나영)이 죽을 뻔한
이야기.
조감독들이 잘 되도록 각본써주고 지원해준 이야기.
'영화는 영화다'를 직접 언급하면서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서운함과
이해.
한국 영화계의 부조리에 대한 이해와 부당함, 서운함.
자신의 영화세계...
왜 이런 것들이 마지막에 분노로 표현되고 복수로 이어지게 되었을까...
초반의 노크소리는 '어떻게 지내세요'라면
후반의 노크소리는 '이제 나오시죠'라고 하는 것 처럼 느껴졌는데...
나가긴 나갔는데 왜 그런 선택으로 끝을 내야 했는지....
스스로의 현재 상황에 종점을 찍는 다는 의미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세계에서 '거장'이라고 불리우던 감독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엿보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p.s.
북촌방향을 16:30~18:00, 아리랑을 18:15~20:05 에 봤습니다.
두 영화의 주인공이 모두 '영화
감독'이란 것이 공통점인데...
말하는 내용이나 주변환경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북촌방향에서의 주인공은 영화를 4편 찍고 더이상 찍지 못하는 감독이고...
아리랑에서의 주인공은 14편이나 찍고도 더이상 찍지 못하는
감독이고...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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