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석굴암까지 가는 길은 너무 힘들었다.
비가 오다 말다 하고 이러다가 시간 내에 목적지까지 가지 못할 것 같다.






결국 석굴암은 취소.
석굴암 입구에서 다음 목적지를 바로 감포방향,
정확히는 감은사지와 문무대왕수중릉이 있는 곳으로 정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토함산 꼭대기에서 도로따라 내려오는 길은 쉽지 않다.
일단 비가 오고 있어서 미끄럽다.
길이 미끄러운 것도 있겠지만 자전거( MTB)의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리막길은 오르막보다 훨씬 더 조심해야 한다.
내리막길이 일자로 되어 있으면 저 아래쪽에서 올라오는 차량을 확인할 수 있기에
덜 신경써도 되지만 꼬불꼬불 되어 있으면 저 코너를 돌면서 나오는 차량을
확인할 수 없기에 굉장히 신경써야 한다.
게다가 내리는 비로 인해 안경의 시야가 협소해지고
등에 실린 베낭의 무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다보니 올라갈때보다 더 팔과 다리, 목에 힘이 더 들어갔다.
내리막길을 다 내려와 4번 국도를 만나 감포방향으로 진행하다가
감은사지/문무대왕릉이 있는 지방도로와 31번 국도 방향으로 향했다.
처음엔 길을 잘못 들었나 싶었지만 중간에 동국대 경주 캠퍼스 회계학과 3학년(26)
아르바이트생에게 물어보니 내가 가는 방향이 맞단다.
그 친구는 지금 일당 알바로 교통량 조사를 하고 있었다.
군대 다녀온 젊은이들 중 3, 4학년이 가장 고민하는 것이 바로 취업.
빗길을 잠시 쉬면서 취업 및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다시 출발한 시간은 16.
원래 16까지 감은사지에 도착 예정이었는데 늦어지겠다 싶어 다리에 힘을 더 주었다.
그러나 왠걸, 얼마 앞에 감은사지가 보이는게 아닌가.












안압지나 불국사보다 이놈이 훨씬 더 끌린다.
두개의 3층석탑과 감은사지의 배치도.
무엇보다 이끌린건 문무대왕수중릉과의 연결
얼마전 역사스페셜 책에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가.
감은사지에서 문무대왕 수중릉까지 2km. 정말 10분도 되지 않아 나타났다.
누구말대로 그저 바다위에 바위가 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 맘을 더 이끄는 것은 바다와 파도였다.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거기서 파도와 바다만 20여분을 지켜보았다.
서쪽하늘과는 틀리게 동쪽 하늘은 비가 그친 듯 점점 개어가는 것 같다만
파도는 점점 더 거세어진다.














문무대왕릉에서 17 출발.
감포까지 오는 길에 해수욕장이나 야영지가 있었지만 1일차 목표는 감포다.
나정해수욕장을 지나 감포읍이 나왔지만 해수욕장은 보이지 않는다.
감포 읍내로 들어가 바닷가 길을 따라 달렸다.
읍내를 지나 길을 잘못 들었나 싶었을 때 오류 해수욕장이 나왔다.
게다가 입구가 바로 야영지다. 자리를 잡아 야영지에 텐트를 쳤다.


작년 제주도 여행시 썼던 텐트는 진짜 싸구려라 잔뜩 고생만 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편한 자동텐트로 준비했다.
1인용짜리
간단하게 텐트를 치고 플라이를 덮었다.
익숙치가 않아 조금 고생했지만 금새 텐트를 다 치고 식사준비를 했다.
1일차 석식은 햇반, 오징어 짬뽕, 고추참치
배부르게 먹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샤워장을 찾지 못하겠다.
멀리 있는 듯 한데 잘 모르겠고
그래서 대충 식수대에서 얼굴과 팔다리만 씻고 짐을 정리했다.
여기도 파도가 많이 친다.
그러나 확실히 동쪽 하늘은 개어간다.
어느새 노을에 물든 구름으로 해변에 아름다운 색이 뿌려지고
파도가 부서지면서 내어놓는 뿌연 포말은 밤안개처럼 해변을 감싼다.
맥주 한잔 마시면서 바다를 구경한다.
파도를 구경한다.
그리고 사람들과 가족들을 구경한다.


















ㅇㅇㅇ
1일차 코스 완료 : 49.6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