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트랙백 : 2008년 영화 )
※ 올드보이(OLD BOY) 이후 나를 꼼짝 못하게 만든 유일한 한국영화!
제목 : 추격자 (The Chaser) - 홈페이지 : http://www.thechaser.co.kr
장르 : 스릴러, 액션
개봉 : 2008.2.14(목) | 123분 | 18세 이상 관람가
감독 : 나홍진
출연 : 김윤석, 하정우, 서영희

<출처 : 추격자 홈페이지 캡쳐>
0. 프롤로그 - 나홍진 감독님. 당신은 누구신가요?
1974년생. 나와 나이가 같다. 나홍진 감독의 장편영화는 '추격자'가 데뷔작이다.
그 전에는 영화를 찍었을까? 물론 찍었다. 영화를 찍지 않은 자가 장편감독이 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너무 생소하다. '나홍진'이란 이름. 2003년의 '5미니츠'란 단편으로 시작하여
2005년의 '완벽한 도미요리'로 제4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수상을 하였고
2007년에는 제44회 대종영화제 단편영화부문에 '한'이란 영화로 수상하였다.
아~ 그래서인가? 그래서 제작사는 이 감독에게 '추격자'란 영화를 맡기게 된 것인가?
도대체 제작사는 이 '나홍진'이란 감독에게 무엇을 느끼고 장편영화를 맡겼냔 말이다.
0.1 제작 및 배급
제작사는(주)영화사 비단길 이라고 나왔다.'비단길'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제작사다.
2006년에 '음란서생'을 처음 제작하였고 이번이 두번째다.
인터넷을 좀더 찾아보니 2004년 11월 15일 2명의 공동대표로 창립되었는데 대표중 한명인 김수진 대표는 '꽃잎', '나쁜영화', '강원도의 힘' 등을 기획, 프로듀싱했단다.
그리고 시네마천국, 퐁ㄴ네프의 연인들, 레옹을 수입 및 마케팅 했다니...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해외의 제작시스템을 국내에 배급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헐리웃의 것을.
일단 국내영화를 기획한 것을 보니 예술성에는 안목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수입작들을 보니흥행에 대한 안목이한차원 높은 것이 분명하다.
또 다른 대표인윤임범 대표는 시나리오에 신경쓰고 있다고 하니... 만만찮은 사람들이지 싶다.
배급사는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주)벤티지홀딩스가 있다.
쇼박스야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배급사이므로 넘어가고
(참고로 쇼박스의 주요 국내배급작품으로는 2002년 품행제로, 색즉시공. 2003년은 별로네... 동해물과 백두산이, 오!브라더스, 이중간첩. 2004년은 장난아니구나... 주홍글씨, 시실리2km, 늑대의 유혹, 범죄의 재구성, 태극기 휘날리며 등. 2005년은 작업의 정석, 웰컴 투 동막골, 남극일기, 여자 정혜, 말아톤이다. 2006년에는 미녀는 괴로워, 괴물. 2007년에는 행복, 디워 등이다. 2007년은 좀 말아먹었구나.)
그런데 벤티지홀딩스는 어떤 회사인가?기사를 찾아보니...
스카우트, 걸스카우트 등의 배급을 맡고 있다.
알고보니 2007년에 새로 설립이 된 투자사로구나.
지난해 한국영화의 어두운 투자터널을 헤치고 등장한 신생회사라니. (씨네21 기사 참조)
자... 만만찮은 제작사와 배급사와 투자자들이 눈독을 들이고
과감하게 위기의 한국영화시장에도 선택을 한 '추격자'는 도대체 어떤 영화인가?
1. 줄거리
위 그림에 나와있다. 더 자세한 줄거리를 보려면 여기로....
2. 배우
이번의 배우들은 꼭 짚고 넘어가야겠다.
왜냐하면 내가 관심을 별로 가지지 않던 배우들이기 때문이다.
* 김윤석 : 이 사람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 아... 화려하다.
주연은 아니지만 등장한 곳이 즐거운 인생, 천하장사 마돈나, 타짜, 파랑주의보,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야수, 범죄의 재구성, 시실리 2km, 울랄라 씨스터즈 등이라니..
그리고 드라마로도 있을때 잘해, 인생이여 고마워요, 부활 이 있고...
연극으로도 가을날의 꿈, 의형제, 모스키토, 자하철 1호선,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등등..
수상경력으로만 봐도 2006년 '있을때 잘해'로 MBC 연기대상 우수상을,
2007년 '타짜'로 대종상 남우조연상, 부산평론가협회상 남우조연상, 대한민국영화연기대상 남우조연상을 쓸었다. 그런데 왜 난 이사람을 몰랐던가? (타짜를 보지 않은 이유도 있긴 하다.)
김윤석이란 배우의 얼굴은 익숙하다.
그러나 내 기억속에 익숙한 모습은 이웃집 아저씨나 어디에서나 있는 삼촌? 같은 스타일이다.
타짜만 봤어도 이렇게까지 후회하진 않을텐데.
'추격자'에서는 김윤석은 그야말로 내가 본 '최민식', '송강호'란 배우 이후의 최고봉의 연기를 보여준다.
어찌보면 두 배우를 섞어놓는 기분도 들지만 그것은 김윤석이란 배우에게 흠이 될 터.
영화 시작부터 보여주는 보도방 주인으로서의 기본에서 자기것을 빼앗기기 싫어하는 모습과 전직 형사의 모습,
미진의 딸을 데리고 다니면서 바뀌어가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이러한 급격한 인격의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도 오랜만인데
이 역할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해주는 배우를 만난건 꿈에도 그리지 않을 수 없다.
김윤석(님!) 오늘부터 존경할랍니다!!!!
* 하정우 : 하정우란 이름은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처음 들었다.
그리고 김기덕 감독의 '숨'에서 다시한번 드러났고...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잠깐의 까메오로 다시한번 눈여겨 보게 되었다.
물론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두번째 사랑'이란 헐리웃 작품이다.
(드라마 히트에 나왔지만 거의 보질 않았기에.. 패쓰).
하지만 필모그리피를 보면 위에 언급된 내용 이외에 구미호가족, 시간, 잠복근무, 슈퍼스타 감사용 등의 영화에 출연했고
드라마도 프라하의 연인, 무인시대, 똑바로 살아라에 등장했다.
놀라운건 이 배우도 연극 오델로, 고도를 기다리며, 유리동물원, 굿닥터, 카르멘, 굳세어라 금순아 등으로 다져졌다는거다.
하정우.
그래서 이 배우가 나온 모습을 그리 많이 보진 못했어도 가끔 인상에 깊게 새겨진 이유가 있는거다.
꽃미남도 아닌 배우가 주연에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의 극중 모습은 와~~~ 감탄할 수 밖에 없는게
너무나도 치떨리게 태연한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 때문이다. 크흑.
김윤석이나 하정우란 배우의 이른바 '연기력' 때문에 '추격자'의 깊이가 깊어지고
제작사/배급사가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내 생각이다.)
* 서영희 : 궁녀, 무도리, 연리지, 마파도,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라이어, 클래식, 질투는 나의 힘 등에 나왔지만 내 기억에 가장 또렷한 것은 '스승의 은혜'다.
어쩐지 오늘 보면서 어디서 봤나 고민고민 하다가 생각난 것이 '스승의 은혜'였으니...
스승의 은혜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을 죽였던 죄를 '추격자'에서 돌려받는건가?
(잠깐. 혹시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에서 임창정의 아내역으로 나왔었구나~!!)
어쩐지 익숙한 얼굴이 TV에서도 꾸준히 본 것이다.
며느리 전성시대, 인어이야기 등.. 근데 이 배우도 연극을 1999년부터 시작했다. 어쩐지!!!!
* 김유정 : 극중 미진의 딸 은지로 나온다.
이 꼬마숙녀. 대단하다. 허허허... 영화에는 호아진이, 각설탕, 친절한 금자씨, 내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등에 나왔고 CF도 장난 아니고 드라마 출연도 많구나.
1999생인데.. 허걱...
극중에 어른스럽게 행동하다가 그 어른스러움에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 엄마가 어떻게 되었는지 눈치챌 수 있는 그런 아이.
그리고 자신의 아빠에 대한 진실을 알면서도 스스로 브라질의 아빠를 그리워해야 하는 아이.
정말 이쁘게 나왔다.
이 외에 다른 인물들도 있지만 정보를 찾을 수 없어 배우들은 요기까지.
[계속]
3. 色
연쇄살인마를 다룬 영화는 많다.
일단 괴물을 제외하고(하긴 연쇄살인마와 괴물이 뭐가 다를까...)
그 유명한 히치콕의 '싸이코'가 있으며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나 세븐, 스크림, 양들의 침묵,
쏘우,최근의 조디악 등등 그 리스트를 다 헤아릴 수 없다.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어떻게 될까?
누구나 다 손에 꼽을 만한 것으로 '살인의 추억'이 그 꼭대기에 있을 것이며
오만석이 주연한 '우리동네'나 김강우가 주연한 '가면'도 연쇄살인범 영화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사실적으로 느끼는 것이 바로 '살인의 추억'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정치풍자적으로 그 시대상을 보여주며 미스터리로 끝나는
영화 '살인의 추억'은 일반 스릴러의 장르를 따라가진 않지만 그 분위기가 주는 느낌과 효과는 대단했다.
그 이후에 나온 영화들은 스릴러 장르에 너무 빠져서인지 그리 성공하진 못했다.
'추격자'는 어떠할까? 추격자 역시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영화이다.
연쇄살인범이 나오고 주인공이 연쇄살인범을 쫓는다.
그런데 이 영화는 무엇이 다를까? 무엇이 다르기에 이토록 강렬한 스릴러물로 태어나게 된 것일까?
그 답은 바로 '제목'에 있다.
보통의 스릴러물은 추격을 하지 않는다. 범죄자나 범인을 잡기 위해 추리를 하고 추적을 한다.
이른바 골치아픈 머리싸움인 것이다.
그 안에 미스터리와 심리전과 스릴러를 혼합하여 엎치고 뒤치고 하는 반전을 통해 클라이막스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 과정이 바로 추리와 추적을 통해서 이뤄진다. (살인의 추억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그럼 이 영화는 추리나 추적을 하지 않는가?
아니다. 추리와 추적을 한다.
다만 그것이 범인을 잡기 위한 추리나 추적이 아닌 것이다.
추리와 추적이 시작된 시점에서 이미 범인은 드러났고 경찰서에 잡혀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추격'이다. 주인공인 중호는 영민이 자기 소유인 '애들'을 팔아넘겼다는 것을 확신하고
도망치는 영민을 추격한다.
잠깐동안의 추리를 통해 영민이 살인범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는 미진을 구출하기 위해 영민을 추격한다.
이 추격의 힘이 다른 스릴러 영화와는 색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김윤석이란 배우의 힘이 여기서 물씬 풍겨나온다.
중호로 변한 김윤석은 마치 중호처럼 온 힘을 다해 추격하는데 거기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는 장난이 아니다.
범죄자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도 일반 스릴러물이나 범죄물은 초반에 범인을 드러내지 않는다.
게다가 초반에 벌써 경찰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틀리다.
초반에 범인으로 드러나고 초반에 경찰에 잡히며
클라이막스로 영화의 10%가 남을때까지 경찰서에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범죄자가 뿜어내는 미친 연기는 온종일 온몸을 찌뿌둥하게 만든다.
무서운거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 모습 자체에 전율을 느끼게 된다.
어린아이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병아리의 목을 트는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바로 그런 느낌이다.
살인의 추억이 시골에서 일어난 이야기라면 추격자는 도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도심의 색과 도심의 야경과 도심의 불빛들이 영화 내내 어른거린다.
그러다가도 한적한 주택가 골목으로 가면 그게 그토록 고요하고 무서울 수가 없다.
환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로변과 조용하고 한적한 달동네 비슷한 골목길의 대조된 모습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서울이란 동네가 무척이나 익숙하면서도 낯설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비는세 번 내린다. 시작할 때 한번. 중간에 한번. 그리고 마지막에 한번.
그렇게 비가 내리는 타이밍이 묘하다.
4. 樂
이 영화에서는 특별한 음악은 없다. 하지만 그 사운드효과는 시종일관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추격을 하는 도중 울려퍼지는 두두둥 소리는 관객들을 똑같이 숨이 헐떡거리도록 만들고
망치질을 할 때 퍼지는 소리는 관객들이 스스로 심장이 베이는 느낌을 만든다.
스릴러 물이지만 우리나라 영화이기에 항상 들어가는 웃음코드도 있다.
서!울!시!장!에게 똥폭탄을 던진 자와 출장안마를 불러 카메라촬영을 하려던 자와 경찰들의 모습에서 웃음이 드러난다.물론 중호 자체가 엄청난 웃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살인의 추억에서 시대의 자화상을 보면서 웃고 또 한편으로는 울었던 것이 기억나는가?
괴물을 보면서 한국이란 나라의 자화상을 보면서 웃고 또 울었던 것은 기억나는가?
추격자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면서 웃고 또 울 수 밖에 없다.
서울시장이 똥폭탄 세례를 받은 것을 무마할 정도의 큰 이슈는 연쇄살인범 검거이고
같은 경찰이라도 기동수사대와 파출소는 그 영역이 틀리다.
증거가 없으면(이 소리는 증거를 찾지 못하면이란 말과 같다) 검거되었어도 12시간이 지나면 풀려나고
검사 앞에 경찰이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그렇다.
이 모든 것들이 웃음 속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것들이다.
5. 狂
영화는 왜 영민이 연쇄살인범이 되었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
하나의 에피소드를 통하여 어릴적부터 끔찍한 짓을 저질렀었고
하나의 등장인물을 통해 다소 정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정우는 그 정신이상자의 연쇄살인의 모습을 아주 적나라하게, 처절하게 드러낸다.
시체를 매달아 아킬레스건을 자르고 하루를 놔두면 피가 빠져서 가볍게 된다니...
그걸 태연하게 말하는 모습은 덱스터(미국드라마) 이후로 처음이다.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다 김윤석이란 배우에게 완전히 빠져들게 된다.
중호는 경찰도 아니고 사회정의를 위해서 영민을 잡거나 영민을 추격하지 않는다.
자기 소유를 빼앗기고 그로 인해 자기가 피해를 입으니까 그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추격한다.
처음에는 빼앗긴 것 때문에 미칠듯이 영민을 패지만 나중에는 은지때문에 미칠듯이 영민을 팬다.
오로지 은지를 위해, 자신을 위해 미진이 살아있어야 하고 그때문에 영민의 집을 알아야 한다.
휴우...
아무래도 한번 더 봐야 할 것 같은데...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어제 영화를 다 보고 엔딩 크레딧까지 보고 몸을 일으키는 순간
온몸에서 터져나오는 비명소리들이 울리는 듯 했다.
영화 한편 보고 이렇게까지 몸이 욱씬거리면서 아플 수 있다니.
잔인한 영화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김윤석과 하정우의 미칠듯한 연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고
나도 모르게 그들의 아우라에 휩쓸려버린 것이다.
다시한번 그런 고통을 인내하면서 영화를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진짜 몇년만에 이렇게 수준높고 완성도 높은 스릴러물을 본 것이 어디메냐.
우생순이 얼마나 갈 진 모르겠지만 영화의 완성도로 따지면 최고는 바로 '추격자'가 되지 싶다.
정말로 정말로 우리나라에서 이정도로 순수한 스릴러라는 장르가 탄생했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려주고 싶다.
사족
1. 은지가 미진의 환영을 보고 쫓아가는 신이 들어갈 이유가 꼭 필요했던가?
2. 예전 동료의 방의 벽에 있던 그림에 남자의 성기를 얼핏 본 것 같은데... 맞는건지 아닌지...
3. 영민(하정우)의 웅얼거림이 잘 들리지 않는 경우가 몇 번 있었다. 잘 좀 잡아주지...
4. 서울시장의 분량이 좀 잘린 모양이다. 시대배경을 딱 2년전으로 하면 더 좋았을것을...
5. 왼쪽의 커플. 뭘 그리 영화보는 도중에 중얼중얼... 작은소리로 내지...



아... 그러고보니 진짜 영화보는 내내 김윤석이 '최민식'과 '송강호'를 많이 연상시킨다.
말투는 송강호 같고... 위의 가장 왼쪽 사진을 보면 최민식같다. (올드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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