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대피하세요~!!

狂+色2006. 7. 27. 21:32














나는 건장한 3X세의 대한민국의 청년(?)이자 현재 백수이다.
이 젊은(?) 혈기를 어찌 집에서 백수처럼 끙끙 앓고 있을쏘냐?
지난 15일부터 17일간 내린 비로 여기저기의 수많은 피해와 이재민이 생긴 터,
그동안 뉴스나 다른 언론매체만 보고 에고에고 어째 저째 하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젠 시간이 널널한 백수의 모습으로 한번쯤은 팔 걷고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빈둥빈둥대니 배만 늘어나고 몸은 촉수처럼 흐늘흐늘 해지니...
아직 총각으로 힘쓸 곳이 없으니 어디 힘써보자 결심하고 여기저기 연락해본다.
"인제군청 자원봉사입니다. 오시려면요... 일단 덕정리나 가리산리, 하추리 등은 피해가 많은 만큼
기본적으로 숙식이 스스로 가능하셔야 해요!!!!"
이 한마디에 작년 자전거 여행을 갔을 때의 베낭을 다시 꺼내 주섬주섬 짐을 챙긴다.
코펠... 버너... 텐트.... 먹을 것... 여벌의 옷들... 신발.... 등등...
그리고 화요일 6시 15분 첫 버스로 인제를 향해 출발~!
예상 도착시간은 9시 5분.
인제군청에서는 9시 전까지 오라고 했는데 갈 수 있을라나?
하지만 첫차라 그런지 기사아저씨의 솜씨좋은 운전실력으로 8시 40분에 인제에 도착.
그리고 인제군청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고
이리 보낼까 저리 보낼까 하는 도중....
덕정리, 가리산리, 하추리, 덕산리 등의 4곳 중에 하나를 선택하기로 한다.
덕산리 쪽은 아직 버스가 들어가질 못해
인제군청에서 만난 20대 후반의 청년과 같이 버스터미널에서 호추리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같이 출발.
그러나 하추리에서 내리지 못하고 현리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1시간 가까이 허비를 했다.
다행히 현리에서 군인의 개인차를 얻어타고 하추리 입구까지 왔는데....
인제에서 현리까지 들어가는 길만 하더라도 여러곳이 산사태에
중간중간에 산사태로 인해 집이 허물어지고 빵구(?)가 나고 흙더미에 깔리고 하는 모습을 많이 봤는데
하추리 입구에서 하추리까지 들어가는 약 2km의 거리를 끙끙대며 올라간다.
그러다 하나의 코너를 돌자마자 나오는 다리와 길과 계곡과 무너진 집들의 풍경에
같이 동행하는 청년과 서로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리를 지나쳐간 유한킴벌리 자원봉사대의 2대의 버스는 도중에 끊어진 길에 잠시 바퀴를 묶여 쩔쩔매고 그 사이에 우리는 길을 계속 가다가 이장님을 만나 우리의 힘이 필요한 곳으로 다시 발길을 돌린다.
우리가 필요한 곳은 젊은 사람들의 힘이 필요한 조립식 건물을 해체하는 곳...
이곳은 레프팅과 펜션과 식당과 황토방을 같이 하는 곳인데....
3동의 건물 중 2동이 없어지고 1동만 남은 곳이다.
계곡 사이에 많은 건물이 있었는데 불어난 물로 5미터의 계곡이 50여미터가 넘게 되고
많은 건물 중 딱 세동만 남았다.
도착하자마자 여장을 풀고 바로 투입된 곳은 식당이 있던 자리.
일단 조립식 건물이라 판넬을 뜯어내는데 이동네의 많은 사람들이 나이드신 분이라
젊은 자원봉사자에 속하는 우리는 이쪽에 투입.
이미 와 있던 아래쪽 동네 레프팅 알바생들과 같이 일을 시작한다.
이 동네는 24일 전기가 겨우 들어왔다.
이 집은 세 동중 남은 한동에 겨우 전기를 연결했고
다행히 건물 하나가 남아서 우리가 잠을 잘 곳이 있었다.
게다가 이미 여러 구호품들이 들어오고 있어서 끼니를 거를 걱정은 없어서 다행.
주인아저씨의 현장진술을 들어보면
오전 9시에서 10시 사이, 10여분만에 물이 불기 시작해서 아버님, 어머님, 아저씨, 아주머니, 처남, 애기(갓 돌 지난 아기), 가이드 1명이 겨우 대피하여 혹여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산으로 올라가 비를 맞으면서 산사태에 두려워 했단다.
2층 주택이 있던 자리는 이미 물길이고,
그 잔해만이 그 자리에서 십여미터 떨어진 곳에 물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아있을 뿐....
첫날 그렇게 일단 식당이 있던 조립식 건물을 '바라시'하고...
저녁에 아버님과 처남이 도착하여 음식과 얻은 고기를 구워주신다.
그날 밤에 비가 조금 내린다.
그 빗소리에 낮에 들은 이야기가 섞여 물을 헤치며 도망치는 꿈을 꾸다 늦잠을 잔다.
10시에 허겁지겁 일어나 다시 일을 시작하여 그날은 다른 조립식 건물을 해체한다.
특공부대 군장병들이 와서 삽질이 필요한 곳의 삽질을 하고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건물 바라시를 실시한다.
그리고 저녁에 또 비가 내리기 시작.
보급품인 쌀과 라면으로 저녁을 마무리하고 이제 쉬려고 하는 터에
이슬비로 시작한 빗줄기는 어느덧 가랑비로 탈바꿈을 하고
다행히도 그날 밤은 악몽은 꾸지 않았으나 빗소리에 여러번 잠을 깨어 피곤한 상태.
다음날 27일 아침 일찍 일어나 비를 확인하니 어느덧 빗줄기는 굵어지고...
아침 8시부터 급하게 산에서 길에서 도로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꾸는 배수로 작업을 실시한다.
준비해간 비옷으로 갈아입고 같이 작업에 투입.
점점 세어지는 빗줄기는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왔다갔다 하시는 분들의 말씀으로는 오늘과 내일동안 계속 비가 300mm 이상 내린다는데...
오전 작업하는데 벌써부터 아래쪽에서 대피령이 내린다.
10시경 아침식사를 하는 도중 빗줄기를 뚫고 오는 컨테이너박스와 방송국..
오전작업을 끝내고 12시쯤 쉬고 있는데 갑자기 쏟아진 폭우에 다시한번 배수로 작업 실시.
그러다 주인집에서 아무래도 안되겠다며 빨리 철수하란다.
일단 점심식사를 하고 대피를 해야 하는데 자원봉사분들은 일단 철수 못하면 갇혀서 며칠 더 있어야 하므로 식사 후 인제읍내까지 데려다주신단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급하게 짐을 챙기고 나올 수 밖에...
라면에 식은 밥을 말아 먹고 나오는 동안 빗줄기는 더욱 더 세지고....
이미 하추리 입구까지의 길은 경찰들이 통행금지를 시킨 상태.
그 사이를 뚫고 억지로 인제읍내까지 무사히 나왔다.
아마도... 지금 이시간에는 그 가족분들도 회관이나 초등학교로 대피하셨겠지?
문득 10여년 전의 군부대에서의 악몽이 떠오른다.
그때는 내가 피해자가 되어 물속을 이리저리 떠다녔을 때였으니....
모두 무사하시길.....






p.s 마지막 사진 세장은 25일이 아닌 오늘 27일의 모습....
이것도 오전 11시 넘어서의 모습이지.... 우리가 나올 2시 반 쯤에는
저 물의 두배가 불어있었다.
후우....
제대로 된 봉사를 못해드리고 나와서 죄송하다....
===================================================================

'狂+色'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돌 ‘맹꽁이 서당’ 문 닫습니다  (0) 2006.11.30
서울이란 곳...  (0) 2006.11.27
며칠간의 추억...  (0) 2006.11.27
비오는 영상  (0) 2006.09.08
그저 그렇게....  (0) 2006.08.29
12.1 - 5.18 국립묘지  (0) 2006.06.16
자전거 모시기  (0) 2006.06.01
아프냐? 나도 아프다!  (0) 2006.04.19
  (0) 2006.02.26
참 힘들다... 사람들이...  (0) 2006.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