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2007년 8월 6일 월요일 씨너스 천안 20:50~


1. 영화보기 전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달려간 극장에서 표를 보여주고 1관으로 입장한다.
입장하는 순간 흠찟한다.
요 근래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이렇게 사람이 가득 찬 적이 있었던가?
200석이 훨씬 넘는 극장이 거의 가득 찰 정도였으니..(맨 앞줄만 빼고)

나는 맨 뒷좌석의 정 중앙자리였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왜냐하면 올라가면서 보니깐 남녀노소들이 가득 자리를 메우고 있었고 중간이나 앞쪽에는 아이들이 가득차 있었으니깐...

최근의 유명한 영화들을 볼 때 좌석점유가 20%도 안된 것을 보면 이 영화는 일단은 누구 말마따나 마케팅에는 성공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여하튼, 드디어 영화를 보기 시작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미리 예습해왔던 내용들을 떠올려본다.



2. 예습

천계로부터 전해진 기억되지 않은 전설 - ㅁ 엠파스 영화정보 ㅁ

A. 드라카니안 중 이무기라는 용의 성격 - 휴메노스(드라카니안이 신족이라면 휴메노스는 그 아래등급 정도?)나 비스터(동물같은 종족이랄지... 휴메노스보다 아래인 노예같은 종족)를 친구처럼 대하는 유별난 드라카니안. 다른 동료들은 휴메노스나 비스터를 노예나 하찮은 것들로 여기는데 이무기만 친구처럼 지내고 이로 인해 저능한 생물들인 비스터들은 당연히 이무기를 존경하고 따를 수 밖에 없었다.

B. 이무기를 미워하던 드라카니안 무스파 - 이무기가 드라카니안 같지 않은 드라카니안이니까 평소에도 미워하고 있었는데 몰래 인간 아기를 키우는 것을 알자 고자질함. 나중에 '부라퀴'에게 천계가 파멸될 때 진작에 인간 아기를 죽이지 않은 것을 후회하였고... 결국 환생하여 영화에서도 나오게 되는데....

C. 휴메노스 우라흐 - 이무기를 따르는 휴메노스 종족. 설명은 위에 다.... 나오고.. .영화에서는 '잭'으로 나오게 됨.

D. '부라퀴' - 이무기가 성과 열을 다해 키워놓은 소녀가 여의주를 돌려주지 않고 인간과 함께 도망치게 됨에 따라 그 절망에 몸부림치던 이무기의 선과 악이 갈라져 악이 '부라퀴'가 된다. 부라퀴는 천계를 거의 멸망시키고 지구에 있는 여의주를 찾으러 가게 되는데... 그게 영화의 도입부에 시작되는 조선시대 이야기다. (이부분은 연대가 이상하여 확실치는 않다.)


일단은 이정도까지만 하고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훑어본다.



3. 참을 수 없는 것.

영화는 자막판으로 봤다. 그걸 굉장히 후회했다. 차라리 더빙판으로 볼껄~
그 이유는 주인공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 대본을 리딩하는 순서가 있는데 배우들은 리딩을 할때도 열성을 다해 임한다. (올드보이 메이킹 필름에 그런 장면이 들어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두 주인공들의 대화가 너무 힘이 없다.
긴박한 상황에서 그리고 긴장된 상황에서 적어도 목소리에 힘이라도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더빙판을 본 사람들이 더 재밌다고 한 이유를 알겠다. 알기로는 국내 유명 성우들이 참여했고 투니버스의 유명 PD가 참여했다고 하니깐...
예전 '빨간모자의 비밀'도 더빙판과 자막판으로 봤는데... 더빙판도 정말 꽤나 잘 되있었다. 요즘 전문성우시대가 오니까... 확실히 그런 수준도 높은 것 같다.



4. 흥미진진한것.


위의 '예습'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 꽤 당황할 장면들이 나오지 싶다. 영화에서만 설명해주는 단순한 전설로는 왜 부라퀴가 여의주를 그렇게 갈구하는지, 왜 부라퀴의 부하가 그런 행동을 하고 FBI의 남자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지 싶다. 그런 개연성을 조금 더 보여주면 이해가 갔을테지만...
아마도 편집시 잘라먹은 30분가량의 내용에는 포함되어 있을지도...

많은 전투신이 나오는데 500년 전의 조선의 땅에서의 전투모습(실은 대량학살)은 다소 안습일 수 있겠다. 그리고 도사와의 전투 역시... 21세기형 우뢰매를 보는 느낌도 확실히 든다. 도사가 싸우는 모습이나 적들이 싸우는 모습이나. 진군장면은 반지의 제왕과 비교를 할 수 있다고 해도 싸움장면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부분은 좀 아쉽다.

그러나 위의 모든 약점들은 절반이 지난 LA 도심에서의 전투에서 일부 만회가 된다.
부라퀴의 타워를 타고 오르는 모습에서부터 시작하여 헬기와의 싸움. 그리고 갑자기 등장한 부라퀴 부하군단들과의 싸움. 그리고 군병력과의 싸움은 서서히 흥분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부하군단들 중 하늘을 나는 놈들이나 렉터 같은 지상놈들의 싸움에는 꽤나 공을 많이 들인 듯 하고 건물이나 차량들이 부숴지고 터지는 장면은 일종의 쾌감까지 보여준다.

가장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선한 이무기와 악한 이무기 부라퀴와의 싸움일 것이다. 이건 애니메이션으로도 볼 수 없는 그런 장면이다.
'뱀'이라는 특성을 가진 두 괴수가 '뱀'처럼 싸우는 그 장면은 가끔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는 작은 뱀들의 싸움과는 전혀 틀리다. 역시 괴수물은 사이즈의 효과인가?
서로 또아리를 틀고 서로 물어뜯고 서로 던지고 하는 전투신은 왠만한 다른 CG로 만든 괴수신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마 비교가 된다고 할 수 있는 건 '킹콩'에서 공룡 세마리와의 싸움이 아니지 싶다. 물론 킹콩에서도 파충류와 포유류는 신나게 싸우고 그 액션 역시 롤러코스터처럼 짜릿하다.
디 워가 다른 것은 킹콩의 싸움은 '인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거대한 것이지만 디 워의 이무기들의 싸움은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난 두 괴수의 싸움이다. 이런 괴수물을 본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수백미터를 왔다 갔다 하는 그런 전투는 말 그대로 용이 나타나면서 감동이 백배가 된다.
그동안 우리는 용을 만화에서는 자주 봤었다. 드래곤볼이 대표적일 것이다. 때론 인도의 불교영화에 가끔 황금용이 멀리서 또아리치는 모습들도 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용들을 보면 재미는 있지만 감동받지는 않는다. 이무기가 여의주를 취하고 용이 되어가는 모습에서, 그리고 거대한 화면 가득 용이 활개를 치는 모습에서 나는 어찌보면 감동까지 받아 눈물이 글썽거릴정도였다. 아~ 이런 용을 드디어 눈으로 보게 되다니... 다시한번 확인해야하겠지만 용의 모습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내가 동양인이어서 그런가? 서양의 드래곤과는 느끼는 감정의 차원이 틀리다. 그 용이 부라퀴와 싸우는 모습에 또다른 스케일이 큰 액션을 보게 되고 한 장면 한 장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영화 내낸 이무기 부라퀴의 거대한 힘에 약간의 짖눌림을 느꼈더라면 용의 힘에는 짖눌림보다는 광활함을 느낄 수 있는 듯 하다. 그저 뛰어다니면서, 혹은 소리만 지르면서 불을 쏘거나 도망치거나 팔다리를 흔드는 괴수와는 차원이 틀린 부분이다. 용과 이무기의 싸움신은 여태껏 봤던 거대한 괴물들의 싸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퀄리티를 자랑할만 한다.




5. 진짜 감동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한다. 두 주인공도 헤어진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 엔딩크레딧이 올라오면서 심형래 감독의 사진과 글이 올라온다. 많은 이들이 여기서 감동한 듯 하다. 심형래 감독의 글이 사라지자 대부분 일어나서 영화관을 빠져나간다.

하지만, 진짜 감동은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보통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다 보는 편이다. 장소협찬이나 특수효과, 또는 엔딩크레딧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기 위해서다. 한국영화같은 경우는 이상하게도 엔딩크레딧에 올라가는 이름들을 봐줘야 하는 의무감도 생긴다.

왜 엔딩크레딧에서 감동을 받았겠는가? 몇몇 역할(배우, 음악 등)을 제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영어로 한국사람들의 이름이 줄줄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라. 특히나 특수효과, 액션, 스턴트 등 스케일이 큰 영화의 핵심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사람이다. 한국사람의 영문이름들이 계속~ 계속 올라간다. 어찌 감동받지 않을쏘냐~!! 이들이 바로 6년, 아니 그 이상 이 영화에 매달렸던 주인공들이다. 바로 이사람들이 이무기와 용과 도심의 전투신들을 만들어낸 장본인들이며, 앞으로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담당하게 될 사람들이다. 비록 영화가 끝난 후 여기저기 흩어지는 경우도 생기겠지만 그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런 진짜 감동을 느끼지 못한 것이 아쉽다.

앞으로 영화를 볼 사람들에게 권한다. 영화가 끝난 후 올라가는 엔딩크레딧의 한국사람들의 이름을 보라고.... 진짜 감동이 무언지 느끼게 될것이다.



6. 후기

영화를 본 것은 8월 6일이고 이 글을 반정도 쓴 것은 8월 7일이다. 그리고 오늘 14일... 일주일만에 글을 마무리한다. 그런데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MBC, SBS, 진중권 등등등....

한국영화의 위기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이루어지는 이 모든 논쟁들이 부디 한국영화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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