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참치회...

色+樂2005. 10. 14. 10:24
송도에 왔다.
저녁에 교육이 있어서...
서쪽으로 날이 저물고 있다.
차타고 올 때는 괜찮았는데... 옥상올라와보니... 영...
교육 끝나고...
Y부장님과 죽이 맞아 술한잔 하러 갔다.
무얼 먹을까 고민하다가... 참치회 얘기가 나왔다.
강원도,... 아니.. 경상도 내륙 깊숙히 소백산 아래 영주에서 살던 나로서는
생선은 구이, 조림, 찌게 정도밖에 먹지 않았다.
그것도 조기, 갈치, 고등어, 대구, 꽁치 정도다...
아.. 오징어도 있다...
그러던 내가 회로 가장 처음 먹은 생선류가... 바로 한치다.
스무살이 되기 한해 전인 열아홉일때... 한치회를 처음 먹어보았다.
그게 회로 먹은 첫 바다음식이었다.
서울 올라와서 친구들이 회가 맛있다고 하길래... 따라가서 시장에서 먹어본 적 있다.
비린내와.. 기름냄새와 기름맛... 석유냄새...
도대체 왜 이런걸 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듣도 보도 못한 광어와 우럭은 무어란 말인가?
또한 아나고는 또 뭐란 말인가?
학생들이야 회를 먹을 일이 별로 없으니...
그래도 간혹 횟집에 가면... 나는 회보다는... 쓰끼다시라고 불리우는... 밑반찬, 아니 사전요리?
그게 더 맘에 들었다.
그리고 군대를 가게 되었고,
전역을 한 후... 입맛이 상당히 많이 변했었다.
어릴 적 편식하던 버릇이 완전히 없어졌고...
(대신 편애하던 버릇은 아직도 남아있다.. ㅎㅎ)
뭐든지 잘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친구 및 교수님을 따라 드디어 회를 맛보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렇게 한번 두번 맛을 보다가
여름에 동해항만 건설 현장에서 아르바이트성 노가다(막노동)을 하면서
조개구이와 회를 자주 먹을 기회가 생겼다.
광어와 우럭, 아나고(붕장어)만 먹다가.... 숭어나 다른 회도 같이 먹게 되었고...
그렇게 회와 친해져갔다.
그러나 회는 그리 자주 먹을 만한 기회도 없었거니와
일단 먹으러 가면 비싸지 않은가...
혼자서 술마시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혼자서 횟집에 갈 순 없는 것이다.
1마리 만원짜리 광어를 간혹 먹긴 했어도...
그건 영 입맛에 맞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와 술한잔 둘이 거하게 하고 친구는 집에 보내고
나도 집에 가려고 학교로 올라가던 중... 학교 근처에... 참치회집이 생겼다.
아마도.. 만오천원선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술김에 들어갔었다.
다음날 다시 가서 물어보니... 혼자서 소주한병 먹으면서 중얼중얼 했더라는... 말을 요리사가 하더라.
기억이 없다. ㅡㅡ;;
안드로메다....
그래서 다음날 다시 간거다.
혼자가 아니라 이번엔 친구녀석과 같이.
그리고 제대로 참치회를 즐기기 시작했다.
느끼한 부분도 없지 않았으나...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되었다.
한마리의 생선의 다양한 부위를 다양한 맛으로 먹는 그런 느낌...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고기는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만 알았던 내가
목살이니 항정살이니 가브리살이니 갈매기살이니.... 다양한 부위를 접했던 것을...
소고기는 비싸서여유 있을때만...
인천에 와서 회를 먹을 일이 많이 생겼다.
일단 지리적 특성도 그러하거니와
팀원 대부분이 회를 좋아했고(그래봤자 몇명 안되지만...)
게다가... 윗사람도 포항출신이고 아랫사람은 인천토박이에다가
임원분은 입맛에 대한 감각이 뛰어나신 분이라...
맛있고 비싼 음식을 자주 먹곤 했다.
일식집에서 먹어보기도 했고...
희귀한 '와다'라는 해삼의 내장을 먹어보기도 했고...
촌구석에서 대도시로 올라와 많이 컸다, 삼마!
하여튼...
나도 입맛이 많이 변하긴 변했다만....
요즘은 그런데보다... 혼자서, 혹은 둘이서 간단히 가볍게 혹은 그냥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좋다.
그러던 차에...
오랜만에 참치회를 먹으러 오게 된 것이다.
흠...
이 얘기 할려고 지난 십여년의 행적을 썰을 풀어놓은 것인가?
ㅡㅡ;;
하여튼...
자...




아... 이것이 무엇이다냐....


커흑...
요리사가 부위를 내올때마다 '어디 부위입니다'라고 하는데..
요즘 귀가 잘 안들린다..
ㅡㅡ;;


무순..


김 위에 참치회를 기름장에 찍어서 얹혀놓고
무순을 살짝 올린 뒤 고추냉이 조금을 올려놓았다.


그렇지.. 이게 죽이는거다.


용의 눈물이라는 ...
참치 눈알.




말로만 들어본 참치 눈알을 소주잔에 쏙 넣어준다.
커허...
이거...
대략... 난감하다.
참치 눈알이 머리에 좋은 DHA가 다량 함유되어 있고
어쩌고 저쩌고 영양가가 높은걸 안다.
그런데... 막상 먹으려고 하니... 쯔업..
딱 눈 감고... 소주와 같이 넘긴 후...
삼키려고 했는데...
요리사가 씹어먹으란다...
컥...
씹었다.
깨진다.
음................
이하 생략.


이게 뽈따구 살이랬나?
가물가물...


이것때문에 가물가물... ㅎㅎㅎ


전체 샷~!
하나, 둘, 셋, 넷, 다섯 가지의 부위가 올라온거다.
눈알까지 포함하면 여섯가지...








이쁘게... 단무지와 생강과 같이 코디를 해서... ㅎㅎㅎ




이런 녀석을....


이렇게...
아래는 참치 머리라고 하는데... 구워서 나온다.
저 뼈 중에 먹을 수 있는 부위를 발라서 먹기도 하고..
붙어있는 고기를 먹기도 한다.







요거이 붙어서 잘 구워진 살인데...
회에 비해... 맛이 별로다.
음...






저 뼈다귀를 마지막으로...
참치회가 끝났다.
둘이서 소주 세병...
잘 마셨습니다. 부장님.
참고로 우리 부서 부장님은 아니다.
고3 딸, 대3 딸을 가지신 분인데.....
총무인사팀장님이시다.
딸꾹... ㅎㅎㅎ




오늘 아침...
이런 날이 좋을 때도 있다.
그런데 이시간에 벌써 날이 밝았네...
참치회 오랜만에 먹으니.. 잼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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