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저녁.
학교에 오랜만에 올라갔다.
그리고 바라본 후배들, 재학생들의 행사.
싸늘한 테니스장에 비닐로 천막을 치고
열댓개의 테이블에 각각 둘러싸 앉아 술과 안주를 마시고
무대에는 몇몇 재학생들이 올라와 게임, 춤, 노래를 한다.
문득 97년의 행사가 생각난다.
학과의 가장 중요한 행사.
이 행사는 항상 싸늘한 기운이 불기 시작하는 11월에 열린다.
간혹 12월에 열릴 때도 있었다.
나도 그때는 재학생이었고, 복학생이었다.
그렇게 행사장에서, 강당에서 같이 준비를 하고 같이 선후배들을 모시고
같이 교수님을 모시고 행사에 참여했다.
그때 찾아오신 88, 89, 90학번 선배들은 그나마 나는 알고 있었기에
인사드리고 같이 술한잔 하고 얘기하곤 했다.
그 선배들은 항상 제일 구석자리에 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으셨고
졸업생들만의, 직장인들만의 분위기로 그렇게 마시고 조용히 보다가 행사가 끝나면 시간되어 내려갔다.
그리고 학교를 벗어나 저 밑에서 그 옛날 자신들만의 이야기 꽃을 피며 한두잔 더 하시다 헤어지셨지.
지난 금요일은 내가 그런 입장이었지.
세상에나... 이런 1년에 한번 있는 과 행사 자리에 어느덧 내가 최고학번이 되다니...
그리고 내가 앉아 있는 곳으로 차츰 차츰 노땅(?)들이 모여들고...
행사가 끝나갈 즘 여전히 노땅들은 그렇게 내려가 한잔을 더 하게 되고...
그렇게 매년 되풀이 되는 행사.
결국 재학생들은 재학생들 나름대로, 졸업생들은 졸업생들 나름대로 일을 치루고 한번 왔다 가고...
그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나...
나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나...
친구들, 동생들과 헤어져 전화를 걸었다.
아직 학교에 재학생들이 꽤 남아있다고 한다.
발걸음을 학교로 돌렸다.
학교 언덕으로 올라가는 동안 새로 지어진 건물들 사이로 빛바랜 오랜 술집들이 눈에 띤다.
그리고 언덕 너머에 새로 지어진 쌔끈한 학교건물들 사이로 오래된 학교 건물의 바랜 모습이
신축건물을 비추는 불빛을 조금이나마 받고 있다.
아니.... 그 반대로 그림자 만을 받는건가...
그렇게 낮에도 밤에도 빛이 바래간다.
p.s 결국 새벽 6시 넘어서 학교를 떠나 인천으로 들어오니 8시더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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