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회사가 망해가는 징조?

2008. 11. 18. 19:13
아침일상을 블로그 글들로 맞이하다가 문득 눈에 띈 '회사가 망해가는 징조 눈치 채기'란 포스트를 본다. 저런 글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대충 짐작하고 열어봤지만 내 예상과는 너무 다른 글이다.

일단 회사가 어려워지는 상황은 어려가지가 있을 수 있다. 국내외 여러 상황때문에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경비를 줄이고 개선을 통해 원가를 줄여 이익을 내는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위기는 요즘의 경우 더욱 심하다. 하지만 이런 위기를 종업원과 공유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면 종업원들에게는 더욱 더 반발이 나오거나 불안해질 수 밖에 없다. 회사는 종업원을 믿고 종업원은 회사를 믿어야 하는데, 회사가 먼저 종업원을 믿고 이야기 하지 않으면 종업원은 절대 회사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다.

이런 부분을 전제로 하여 아래와 같이 글을 쓴다. 반박도 있고 동감도 있지만 그래도 몇가지에 대해서는 내 의견을 한번 개진해본다.

1. 밥먹는거 갖고 회사가 통제할 때.
- 회식비 줄이고 야식비 줄이고 식대 깎고 식사 지원이 줄어든다.
밥먹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하진 않는다. 근로계약상 '중식지원'이 있으면 중식이 지원되는거고
야근시 '야식지원'이 있으면 야식이 지원되는거다. 식사는 일종의 복지의 차원이지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일하는데 밥을 먹을 수 없지 않으니 중식과 야식은 그렇다고 칠 수 있다.
하지만 회식비 줄이는 것 가지고 '회사가 망해가는구나'라는 생각은 너무나 극단적이다.
회식비는 회사의 복지차원이다. 인당 복리후생비로 잡혀져 있다. 그런데 경기가 어렵고 상황이 좋지 않으면 회식이라도 줄여서 서로 도움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럼 회식비는? 차라리 회식을 한다면 1차, 2차, 3차 등등 으로 가지말고 자기들끼리 1/n 해서 해결해보자.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회사가 어렵다고 하여 경비절감을 하자는데 거기에서 회식비를 없앤다고, 줄인다고 투덜투덜할 수 있겠는가? (일반 회사도 그렇겠지만 제조업의 경우 '경비절감'이란 말에 목숨을 건다. )

유치하거나 치사하다의 차원이 아니다. 회사가 의무적으로 주는 것이 아닌 복지적인 차원의 부분에서 제공해주는 것을 줄인다고, 참아달라고 하였을 때 그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사를 두고'라고 판단할 만큼 종업원들이 당연시 여기고 있다는 것이 문제인거다.

단, 여기서 회사가 종업원들에게 아무 말도 없이 저런 조치를 취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다. 회사가 어렵다면 당연히 어려운 부분들에 대해서 종업원들에게 이야기하고 같이 이런 부분 힘써 나가자라는 공감대를 마련해 준 다음에야 노조를 통해서든지 노사협의회를 통해서든지 결정을 하고 하는 것이 올바른 절차다. 그러한 절차가 없이 무조건 그런다면 그건 문제일 것이다만... 그런 경우는 종업원이 30인 미만인 회사들이 그러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2. 똑똑한 동료가 갑자기 떠날때
직감적인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에 대해 예를 든 것이 '업무능력과 상관없이 매우 순발력있고 영특함을 보이는 사람들'이라 하고 있다. 그들이 정말 회사에 필요한가?

'근로계약'이란 것이 '회사의 목적에 맞는 노동 또는 업무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문제는 회사의 목적에 맞는 노동 또는 업무를 얼마나 잘 했느냐, 정말 해내었는가?, 받을만 한가를 통해 평가 보상을 하는거다. 그런데 위에서는 '업무능력과 상관없이 매우 순발력있고 영특함을 보이는 사람'이라고 하고 있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와 맞지 않는거다. 순발력과 영특함은 회사에서 그 자리에 배치한 목적과 전혀 상관없을 수도 있고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업무능력과는 동일시되지도 않고 동일시 될 수 도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회사가 망할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당연히 가장 먼저 우수한 인재들이 빠져나간다. 이건 사실이다.





3. 돈도 없는 회사, 갑자기 광고를 늘일때?
건설이나 기타 수주회사라면 광고를 통해 수주물량을 따오려고 하는 수도 있겠다.
이 부분은 내가 작은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인지, 그리고 소비재를 생산하는 회사가 아니라서인지 특별히 광고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은 없다.



4. 갑자기 연봉을 복잡한 호봉 테이블로 바꿀 때
위에서 말했다시피 회사들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 직원들에게 이를 그대로 알려 같이 해결하자는 분위기를 마련해야 하는데 반대로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함께 침몰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이다.
급여체계가 갑자기 바뀌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급여체계가 바뀔 때, 변경 전의 급여수준보다 낮아진다면 그건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부분은 평가/보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복잡해질 수 있으니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요즘의 평가보상체계는 기본급은 기본으로 하고 성과금(이른바 보너스) 비율을 높이는게 추세다. 임금인상율의 일부를 성과금으로 올리는거다. 이건 당연한거다. 당연히 실적이 좋지 않으면 성과금은 없다. 당연한 처사다.

다만 본봉(기본급)이 깎이게 되는 것은 확실히 문제가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정규직이 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것도 아주 위험한 경우라 하겠다.



5. 임금 체불이 현실화됐을 때
이것은 동감이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벤처쪽의 부흥과 몰락 과정 속에서 내 주변인들도 많이 겪었던 문제다. 임금체불은 어떠한 경우라도 발생이 되면 안된다. (게다가 임금 대신에 만들던 물건이나 상품권 등으로 주는 것도 '임금통화불'의 원칙에 위배된다. 이런 회사는 정말로 위험하다!)



6. 경영진 측근으로 듣보잡이 들어왔을 때
회계, 경리, 인사 등 회사의 기밀이나 경영상태에 대해 소상히 아는 자리가 한번이 아니라 자꾸 이동이 잦은 상태에서 경영진의 친인척이 들어와 그 자리를 차지했을 땐 위험하긴 하다. 동감이다.
다만 다음과 같은 표현은 삼가해야 하지 않을까?
'어디 듣도 보도 못한 사람을 중간 관리자급 이상으로 데려오는 경우'
중간관리자급 이상이 어디서 들어보던 사람인 경우가 얼마나 많길래 이런 극단적인 표현으로 하는지... 사람들이 오해할 수 있겠다. 경력직으로 중간관리자가 들어왔을 때 그 사람이 아는 사람일 확률이 얼마나 높길래... (아~ 촌수로 따지면 20촌 이내이긴 하겠다.)



7. 경영진이 무능하다고 느껴질 때
개인적으로 느끼게 된다면 개인적으로만 생각하지 이 문제를 남들과 공유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도저히 참지 못하면 스스로 그만두면 된다. 그런데 이 마지막 사항이 제목처럼 '회사가 망하는 징조'와는 상관없지 않은가. 그냥 회사를 떠나나고 싶은 이유 중의 하나가 더 맞는 내용일 것이다.







* 물론 그만님이 쓰신 것 처럼 '매우 독설적이고 이기주의적인 직원의 입장에서 쓰여진 글'이기에 다소 반박처럼 나도 쓰긴 했다.

* 글 아래쪽의 '이런 회사도 망합니다'도 좋은 글이다.
* 그만님의 댓글이 감사하다 :
반박이라뇨. ^^ 이런 글들이 서로 묶이면.. 근사한 가이드북 하나 나오지 않을까요? 서로 공감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차이를 느끼게 될테니 커뮤니케이션의 장벽이나 서로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 트랙백 늦게 남겨서 죄송합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