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Are you married???

2008. 7. 30. 14:38
울 회사에 2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있다.
모두들 필리핀 근로자들이며 남자 반, 여자 반에 나이도 20대 중반부터 30대 후반까지 다양하다.
근속기간도 1주일에서부터 3~4년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가 싼 임금에 실컷 일을 부려먹기 편해서겠지.
우리 회사라고 다르지 않다. 더우기 최근에는 내국인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주말근무를 거부하는 경우도 생기고, 이로 인해 24시간 풀로 가동해야 하는 공장으로서는 생산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다소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회사의 경우 외국인에게 너무나 잘 해준다.
고졸신입사원과 똑같은 근무조건에 똑같은 임금에 똑같은 기숙사와 똑같은 식사 무료제공,
그리고 똑같은 명절선물을 다 제공해준다. 어찌보면 우리 회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천국이다.
그러나 그동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해주지 못한 것이 '간담회'이다. 일부 개별적으로 개인적인 고충을 접수하여 처리해주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모아놓고 간담회를 통해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 등을 이야기한 적은 없다.
그래서 얼마전에 기획을 해서 외국인 근로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그것이 어제다.
한 임원께서 영어로 회사의 상황과 우리회사에서 일할때 주의점, 생활할 때 필요한 점을 설명해주고
업무에 있어서 서로간의 애로사항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같이 이야기를 했다.
(나? 옆에서 열심히 무슨 이야기 하는지 듣기만?? 했다.)
간담회가 끝난 후 필리핀 근로자들과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10명의 외국인 근로자와 그 팀의 생산팀장, 임원, 그리고 나 이렇게 13명이 근처 삼겹살집으로 가서 삼겹살과 소주 한잔을 걸치며 편안한 이야기를 했다.
필리핀 근로자들에게 한국식 쌈싸먹는 방법을 알려주고, 쌈을 먹기 전에 소주 한잔 완샷하고 먹는 방법도 알려줬다. 우리 나라에서는 건배, 일본은 간빠이, 영어로는 치어스~ 그리고 필리핀 말로는 따가이~ 라고 하는 것도 배웠다. 실제로 그들이 한국에서 다른 회사에서 일할 때 여러 고충들이 있었는데 우리회사는 아주 잘 해준다고, 그래서 우리 회사 온게 참 다행이라고 듣기도 했고 그들이 고국에 남겨놓은 남자친구, 가족, 아이, 부인 이야기와 한국에 같이 들어온 가족, 애인 이야기도 했다.
(다행히 한국말을 잘 하는 친구들이 있었고, 짧은 영어로 몇 마디 나눌 수 있어서 가능했다.)
테이블 세개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한 필리핀 근로자와 이야기를 했다. ELMER라는 친구는 나이가 34인데 3년 전에 입국하여 회사에서 3년간 근무하다가 재고용계약을 맺고 1개월간 고국에서 잠시 쉰 뒤 다시 재입국하여 회사에 다닌지 2개월 되었다. (출국할 때 내가 인천공항까지 데려갔었지)
ELMER가 처음 한국에 입국했을 때 그의 가족은 부인과 자녀 셋이 있었다. 그중에 막내는 태어난지 1개월 되었었다. 그리고 얼마 전 귀국하여 같이 찍은 사진을 보니 3년만에 그 아이는 무척 커 있었고 그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자식 자랑을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 미스터 김! 김대리님! How old are u?
- Me? 35
- Are u married?
- No, I'm not married.
- When u will be married?
- After 2 years... Maybe??
그래... 요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다음 질문이...
- (정확한 표현을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결혼할 때 한국여자나 필리핀 여자나 상관없어요?
ㅡㅡ;;
아마도 술김에 '상관없어! It dosen't matter....'라고 했던 것 같다.
자리를 옮겨서 다른 테이블에 갔다. 거기엔 37된 필리핀 아저씨와 28된 아가씨들이 모여있었고
거기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와 쌈싸먹는 방법 등을 알려줬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하다보니 또 가족생활로 주제가 옮겨졌는데... 위와 똑같은 상황이 반복 되었다.
ㅡㅡ;;
아무래도 울 회사 외국인 근로자들이 나에게 중매를 서주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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