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명지산에 가다(3)

色+樂+狂2004. 10. 11. 22:46




날씨가 그렇게 좋진 않다.
하늘은 맑은데..
대기는 뿌옇다.
대기가 투명했다면 저 반가운 단풍들이 더욱 알록달록 했으리라.
멀리 화악산 기지가 보인다.






나는 저정도 알록달록은 아직 단풍이 덜 들었구나 생각했는데...
올라온 사람들은
"와~ 저기봐, 단풍 절정이네.... " 라고 소리친다.
물이 반밖에 없다. 물이 반이나 있다.... 이 차이인가?
잠시 주변을 구경하고 있는데 헬기가 뜬다.
처음엔 무슨 사고 났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방송국 헬기다.
MBC 로고가 찍힌.
두어바퀴를 도는데... 열심히 손을 흔들어줬다.
혹시 아는가? 방송에 나올 줄...
(혹시나 해서 방송 뒤져보니.... 명지산이 나오긴 나왔는데... 너무 멀리 잡아서 내가 잘 안보인다. ㅜㅡ)


잠시 쉬다가... 명지2봉으로 가기로 했다.
시간은 12시 22분... 이미 등반한지 세시간이 다되어간다.
명지 2봉 1260봉으로 가서 거기서 백운봉인가... 어딘가 쪽으로 내려가다 바로 명지폭포쪽으로 빠진다.
그게 계획이다.
그래야 다시 익근리 쪽으로 빠져 차를 세워둔 곳으로 갈 수 있다.
약간 후들거리는 다리에 다시 힘을 주고 정상을 내려간다.
주봉에서 2봉으로 가는 길은 참 신기하다.
길이 신기하다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주변 풍경이 아주 오래된 산을 만난 느낌이다.
약간의 봉우리 아래 그늘 진 곳의 저 나무는 마치 공포영화에 나오는 듯하다.
오래된 나무와 오래된 길이 나를 반긴다.
이쪽 길을 가다보니... 사람들이 거의 없다.
힘들어서 이쪽으로 오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이쪽은 잘 다니지 않는 곳인가?
야릇하게 생긴 고목들을 보면서 약간은 신비로움, 약간은 두려움을 느끼며 2봉으로 향한다.


2봉에 도착했다.
시간은 어느덧 1시 6분.
짧지 않은 시간에 약간 기운이 빠져 도착한 2봉.
2봉이란 표식은 없지만 여기서도 충분히 정상이 보인다.
전혀 낮지 않다.
잠시 쉬며 목을 축인다.
정상에서 이온음료는 다 마시고, 초코바도 다 먹고...
물만 조금 남았다.
목이 타는 관계로 남은 물을 다 마셨다.
이제부터 하산이다.
내려가다 물을 만나면 좋으련만.....


역시 청명한 가을하늘은 언제나 좋다.
2봉에서 내려가려고 하는데 길이 두갈래다. 오른쪽 왼쪽.
분명 왼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가파른 길을 조금 내려가니 약간 희미한 길이 보인다.
저쪽이 분명 다시 명지폭포로 내려가는 길이리라.
약간의 내리막을 따라 가다보니... 단풍이 곱게 물든 지역을 만났다.
2봉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는데 이렇게 눈앞에 직접 맞대고 보니... 역시 예쁘다.








이 단풍지역을 지나자 마자 가파른 내리막길이 나온다.
조용하고 한적한... 사람들의 말소리조자, 그림자조차 들리지 않는 길을 나혼자 내려간다.
등 뒤로 산능성이에 가린 그늘이 느껴진다.
내리막길은 정말 가파르다.
바위가 없으나 낙엽과 나무가지들, 흙으로 미끄러지기 쉽상이다.
항상 내리막길에서 다리가 풀리는 관계로 나도 서너번 미끄러졌지만 다행히 넘어지거나 하진 않았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앞에서 먼저 가는 두 아저씨가 있다.
내가 다소 속도가 빨라 선듯 순서를 양보해주신다.
내려오다보니 익근리까지 6000m, 5600m, 5000m, 4500m 라는 표지판이 자꾸 나온다.
아까 아저씨들을 뒤로 하고 계속 내려오다보니 어느새 주변에는 내가 하산하는 소리만 들린다.
조용하다.
한참을 내려가다보니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시간은 1시 50분.
물소리가 난다는 것은 계곡에 가까워졌다는 것.
조금 더 힘을 내고 내려가다보니 계곡의 시작점이 나타난다.
바위틈 아래 샘이 솟고 그 옆의 바위들 사이로 졸졸졸 소리가 시원스레 들린다.
나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 이제 내려오냐고 묻는다.
힘들게 내려왔다고 하면서 먼저 마른 목을 축이기 위해 물통을 열었다.
시원한 계곡물... 이건 절대 오염된 물이 아니다.
위로 사람도 없거니와 위로는 물도 보이지 않는다.
명지산의 좋은 점은 이런 계곡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 맛... 시원하고 좋다.
산에서 물을 마셔본지가 언제던가.
약수랍시고 물이 솟는 곳에 사람들이 많이 있게 마련.
그러나 여기는 아무도 없는 산골이고...
산을 내려오다 물을 처음 만나는 곳이고....
그러니 얼마나 물이 시원하고 맛이 좋으랴...
약수가 아니어도 이런 물은 찾기 힘들다.
그사람 먼저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고 나도 잠시 후에 다시 출발한다.
역시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곳인지 길이 다소 험하고 주변에 풀과 나무들이 길을 가로막는다.
게다가 오래전에 쓰러진 것으로 보이는 나무들도 이 길을 갈때 적어도 고개를 숙이라고 한다.
흠흠... 어쩔쏘냐... 넘지 못하기에 숙이고 가야하지 않겠는가...
그나마 옆에서 넘실거리는 들꽃에 인사를 하고 가는 것도 좋겠지...




10여분을 내려가다보니 아까 사라진 물소리가 다시 들린다.
이번엔 아까보다 크다.
폭포 비스무리한 것이 있다.
명지폭포는 아니다.
그래도 시원한 소리와 시원한 풍경이 있기에 여기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10여분을 그렇게 하늘과 바람과 물과 바위들을 구경하다가 2시 10분이 넘어서야 다리를 뗄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10분을 더 내려가니 내가 올라온 길과 다시 만난다.
이제부터는 쭈욱 하산길이다.
단지 거리가 길어서... 1시간 가량을 내려와야 했다.
3시 10분쯤 명지산 입구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힘든 몸을 잠시 추스리다가 배고픔에 빨리 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내려오자마자 모여서 가평 잣 막걸리와 음식을 먹는데...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읍내에서라도 사먹어야겠다 싶어 빨리 출발했다.
일요일 오후...
경춘국도는 항상 막힌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이리저리 빠져나와 7시 전에 인천에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먹은 삼각김밥을 빼면 먹은게 없기에 바로 아파트 뒷쪽에 있는 음식점으로 가
탕과 쏘주 한병을 시키고 그제서야 배부르고 기분좋게 취할 수 있었다.
얼큰하게 취해서 집에 들어온 뒤 사진을 정리했다.
생각보다 잘 나온 사진이 많다.
사진기가 좋아서 그런가???
도시애들님에게 자랑할 수 있으려나??? ㅎㅎㅎ
명지산 산행 끝!
p.s
1. 승천사는.... 구경 못했다.
2. 입구에서부터 정상까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고.... 곳곳에 나무에 대한 설명이 걸려있었다.
3. 등산코스 : 익근리-정상-익근리 코스[15.5km, 5시간]
익근리(1km, 15분) - 승천사(5km, 2시간) - 삼거리(1.3km, 40분) - 정상(1.2km, 30분) - 1,250봉(1km, 30분) - 삼거리(6km, 1시간50분) - 익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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