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지난 날 4월 14일날 만나서 홍어좀 먹자고 약속을 하고 어렵사리 몇몇 분들을 섭외를 하셨다길래 회사에서 일 끝내고 부리나케나 달려갔으나 역시나 무진장 지각을 하고 말았다.
기다리던 짝퉁창렬님께 미안할 뿐이다.
원래는 송내에 있는 홍어집이 예정이었으나 신당동의 홍어찜집 글을 야매보더의 블로그에서 얼핏 본 적이 있는 바, 짝퉁님의 솔솔 속삭임에 홀랑 넘어가 홍어찜집 콜~을 외치고...
어렵사리 늦게 도착하여 골목골목을 따라 돌아가니 진짜 샛골목에 홍어집이 보인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 사람을 찾아야 하나 눈과 코에 싸하게 들이닥치는 통증이 먼저 나를 반긴다.
입구 바로 옆에 자그마한 탁자에 계신 짝퉁창렬님과 조우하여 또 오신다던 두분의 안부를 묻고는 바로 자리에 앉는다.
두 사람이 모이자 그제서야 술과 메인메뉴인 홍어찜을 시키는데...
기본 반찬으로 나온 깍두기.


그리고 할머니의 특유한 소스....
색깔에 비해선 맵지 않다.


그리고 찹쌀로 빚으셨다는 바로 그 막걸리.
요즘은 서울탁주가 하도 유행이라 그 맛이 바로 막걸리를 대표하는 맛이 되어버렸지만
예전 막걸리야 그렇게 톡 쏘는 맛이 얼마나 있었겠나...
단지 그 시큼~~~한 맛에 대낮부터 알딸딸 했던 기억이 가물거릴 뿐이데...
그 시큼한 맛을 바로 이 막걸리에서 맛을 볼 수 있었다.
느끼는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포천 이동 막걸리나 다른 상표를 붙인 막걸리에 비해
진짜 오랜만에 느껴보는 맛이라 금새 한 사발을 다 입 속으로 털털 털어넣는다.


이미 바글바글해진 자그마한 가게.
우리가 있는 곳이 바로 입구쪽이니 가게의 규모를 가늠할 수 있으리라.
홀에는 작은 테이블이 네개인가? 다섯개이고 안쪽 마루에는 4인용이 3개인가?


2005년 방영된 집이라는데.... 이 가게에는 할아버지는 안보이고 할머니와 아감씨? 아줌씨? 그렇게 일을 하고 계신다.
30년 전통 홍어찜, 회~! 라니....


드디어 메인 메뉴가 등장한다.
뚜껑을 열자 푸학 하는 냄새와 함게 김이 모락모락 솟아난다.
빨간 큼직한 고춧가루로 뒤덮인 홍어 위에 양배추와 쪽파가 푸욱 익혀져있다.


살금살금 양배추를 들추고 그 아래의 홍어를 살짝 으스러뜨린다. 젓가락으로 적당히 뜯어내어 양배추와 쪽파로 감싸고.... 한점 입으로 집어넣는 순간
쿨럭~!! 켁켁~~~ 크흡~~~ 푸하~~~~
뜨거운 홍어와 양배추 사이에 고통과 희열을 동반한 그 짜릿함이란~!
시큼하면서도 알싸한 냄새와 코를 마비시키는 듯 한 고통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홍어회라면 씹을 수록 입에서 그 특유의 향과 짜릿함이 혓바닥에서 입안 전체로 퍼져나가는데
이 홍어찜은 입에 집어넣는 순간 목구멍과 코를 콕 쏘는 듯한 강렬함이 순식간에 두뇌를 마비시킨다.


할머니 말로는 소스에 많이 찍어먹으라 했는데 처음엔 짤 것 같아 조금 찍어먹다가 전혀 소스가 짜지 않길래 푹푹 찍어먹었다.


한점, 한점 넣을 때 마다 왠지 머리가 굉장히 피곤해지는 듯한, 실컷 하드메탈에 맞추어 헤드뱅잉을 한 후의 멍멍함이 느껴진다.
어느덧 다른 약속을 마치신 일행 두분 - 다니엘님, 하이하이님 -이 오시고... 그들이 오자 숨겨놨던 와인이 등장을 한다.
할머니 말씀으로는 이거랑 막걸리랑 섞어 마시면 완전히 맛이 가버린다고 하셨는데....
진짜 어느정도 그럴 듯 하다.
아까 그 막걸리의 세기가 장난이 아닌 듯....


아직 와인에는 접근못할 무언가가 있다.
그게 빈티지든 다이아몬드 레벨이던....
은근히 홍어에 와인이 어울린다고 하나.... 지금은 와인보다는 막걸리에 신경을 쏟고싶다.
음화하하핫




그렇게 이야기가 오손도손 이어지다가 어느덧 홍어찜이 거의 사라지고, 그 찜기 바닥에 남은 양념에 소문으로 듣던 밥을 볶아먹기 위한 특공대가 마련이 된다.
짝퉁님과 함께 세곳의 식당에서 밥을 구걸하여 겨우겨우 두공기(세공기였나?)를 사서 진지로 복귀하고
식당의 아주머니께서 비닐에 포장해온 밥을 보시더니 바로 주방으로 가져가서 볶아주신다.
아래와 같이 볶아서 그 위에 김을 뿌리고....
네 명의 남자는 그 밥을 긁어먹는라 갑자기 다들 정신이 없다.


그 결과~
그 잔해는 참혹하다!


그렇게 생각보다 맛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강렬함은 언젠가 느꼈던 홍어회와의 첫 만남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매일매일은 아니어도 가끔은 이런 강렬함에 온몸을 던져(?) 취해보고 싶기도 하다만 한동안은 다시 조절해야 할 듯....
아~!!!
목포에 가면 마루님이 홍어 사주실라나???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 입가심을 하며 나중에 오신 산족님/오갱님과 이야기를 한다.



위와 같은 숯에 양뀀을 올리고...
다니엘님과 내가 서로 번갈아가며 굽고 뒤집고....




그리고 라오챠오양(노조양?)을 같이 먹어준다.
은근히 맛이 배어나오는..... 있으면 즐기게 되는 중국술이다.


일주일이나 지났지만... (아니 이제 열흘 되었나?)
아직도 그 느낌이 사진으로 보니 생생해진다.
아흐~!!!!
가끔 가기로 해놓구선.... 또 땡기네~~~~
p.s 한동안 정신없어서 이제서야 올린다.
늦은 이유는 1. 바빠서이고, 2. 우연히 IE 7.0을 깔았다가 적응이 안되어서이다.
p.s2.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근로기준법에 의한 법정휴일이다. 그러나... 일한다.
대신.... 24일부터 28일까지 쉬니까.... 그때 어디 놀러나 가야겠다.
지난번 못가본 남쪽 산에나 가볼까??? 자전거를 타볼까....
행복한 고민이 한달 내내 이어질 듯..... ㅎㅎ
p.s3. 젠장... 후배 결혼식이 중간에 끼었구나...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