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12/8, 소백산

色+樂+狂2007. 12. 9. 22:49
음음. 얼마만에 적어보는 산행기련가. 흐흐흐
회사에서 가을즈음 들어 단풍때문에 산행에 포옥 빠지게 된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내가 지난 해 전국 산행일주를 다녀왔다는 것도 알고 있고 히말라야 트래킹을 했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나에게 몇번 산행에 대한 문의를 했었다. 이 모임 중 임원도 한분 계시고 과장 한분과 사원들 이렇게 있기에 그들과 1년여를 같이 지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10월부터 산행을 시작하더니 완전히 산행에 빠졌는지 등산동호회를 만들겠단다. 나야 뭐 혼자 산타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런 동호회가 있다면 당연히 내가 빠질 수 없을 터. 하지만 11월까지는 개인적인 일이나 회사 일로 인해 같이 산을 탈 수 없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온 이야기로 지난 주에 천안 광덕산을 한번 올랐다.
그 멤버 중 한명이 28인가 29인데 본격적으로 산에 맛을 들인 사람이다. 다만, 건강검진으로 인해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만 없었으면 좋았을 터인데... 하지만 이게 어디메냐.

하여튼! 산에 맛을 들인 사람이 3시간 남짓 광덕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이정도가지고는 부족하다고 몸을 방방 띄우니, 속으로 한번 고민해본다. 나 따라올 텨?
이 사람은 10월에 덕유산 6~7시간 산행, 11월에 내장산 6시간 산행을 이미 마친 터라 어느정도 충분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이렇게 너무 자신감만 가지다보면 산을 우습게 알 수 있을 터. 게다가 12월 첫째주의 후반부에 중부지방의 눈 소식과 함께 소백산의 멋진 설경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지나가는 말투로 넌지시 동행을 얘기해봤다. 순간 그의 눈빛이 반짝이더라.

지난 해 내가 이 회사 들어오기 한달 전 쯤, 이 회사 사람들이 소백산으로 워크샵을 갔다고 들었다. 그당시 늦가을 산행에 일기도 약한 비바람이 몰아치는 터라 산을 꽤 험하게 탔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그 코스 듣고보니 ㅡㅡ;; 하지만 산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게 힘들었을 것이고 힘든 만큼 기억에 남기 마련이다. 어쨌든 이 사람을 데리고 한번 꽤 힘든 겨울산을 고생시켜볼까~~~ 라는 약간은 고약한 생각이 떠오른다. 결국 이 사람을 꼬셔서 산에 오르기로 결정했다. 무엇보다 결정의 순간은 목요일 내렸던 눈때문이리라!!!!
처음에는 산행코스를 내가 흔히 즐겨하던 희방사~연화봉~비로봉~비로사 코스로 잡았다. 작년 회사 사람들 워크샵 코스는 희방사~연화봉~희방사였다. 코스를 저렇게 잡은 이유는 겨울 눈이 뒤덮인 능선을 맛보여주며... (산은 자만하면 안되요~)라고 얘기해주고 싶었던 거였다. 하지만 출발 당일날 새벽의 일 때문에 결국은 그 코스를 가지 못했다.
천안에서 새벽 5시 40분쯤 출발하여 안성까지 갔다가 한참 38번 국도를 타고 가고 있는데, 이놈의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서 도로 위에서 서는 것 아닌가? 게다가 안성에서부터 장호원까지는 안개가 굉장히 심하게 껴있었는데... 아슬아슬하게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새벽 6시 20분쯤 SOS를 부르니 결국 차의 제네레이터가 나갔단다. 아무리 배터리를 방전해봤자 배터리에 충전용 전원을 공급해줄 수 있는 제너레이터가 나갔으니 차가 움직이겠는가? 결국 근처 카센터에서 새벽에 자는 직원분을 깨워 제너레이터를 교체하고서야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장호원에서 한바탕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차를 다시 움직이고, 그러다 보니 1시간 이상 필요없는 시간을 소요해서 결국은 산행코스를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할까.... 제 1안은 희방사~연화봉~죽령이었고 2안은 죽령~연화봉~희방사였다. 그러다 문득 생각난 것이 천동~비로봉 코스다. 비록 재미는 없지만 제대로 된 겨울 눈 산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이자 동시에 짧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나중에는 착각했지만...) 코스다. 결국 일행과 협의하여 천동~비로봉~천동으로 장소를 잡기로 한다. 이 코스는 2005년 크리스마스 이브때 산행했던 코스라 은근히 기대가 가긴 갔다.
그렇게 오랜만에 천동 매표소 입구로 도착하였다. 2년 만이다.

아직 비로봉 정상의 맛을 보질 못한 친구의 당당한 모습!


어찌보면 이 얼굴이 아주 사악한 모습일지도... ㅎㅎㅎ


며칠전의 눈이 천동계곡의 모습을 바꾸어놓았다.


이 친구가 눈길은 처음인지라 30여분을 오르는 모습을 보고
나의 체인 아이젠을 빌려줬다.
나야 스틱의 힘을 빌려서 가면 되니깐...
(나중에는 힘들었지만)


아직은 눈이 덮인 산이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는 와중에 해발 900미터를 넘어서니 그제서야 볼만한 풍경이 나타난다.









하지만 눈이 어디 있던지 간에 눈꽃은 그대로이다.
다만 눈꽃을 처음 본 사람과 자주 본 사람과의 차이가 틀릴 뿐이다.





하늘에는 회색빛 구름이 세찬 바람과 함께 흩어졌다 모이고 있다.
저 모습을 보니 아마도 비로봉에는 거센 바람이 기다리고 있나보다.
무척 기대가 된다.


천동쉼터를 지나 옹달샘도 지난다.
옹달샘을 지나다 보니 2년 전 산행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오른다.
그때... 아마도... 돼쌈마가 되었었지...


잠깐의 순간!
하늘이 파~래지는 순간이다.
이 순간 구름에 가려있던 태양이 모습을 비추고
그 태양빛이 반사되어 상고대의 색을 빛바래게 한다.
아주 황홀한 순간이며 같이 동행한 자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어준다.




뭐, 나야..
이런 광경을 2년만에 보니 그립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하지만 일행은 이 세찬 바람이 달갑지 않은가보다.
하기야 저 남쪽 목포 아래쪽에서 살아왔던 산을 모르는 이가 이런 경험을 해보았겠는가...
그저 살아서 오백년 죽어서 천년가는 고사목 앞에서도
단순히 추위에 덜덜덜 떨 뿐이다.


그렇게 주목 군락지를 지나고...


대피소에서 겨우 숨을 고르며 중식을 해결한다.
이 일행은 저 막걸리 맛에 또한번 반하지만 앞으로의 길이 걱정일 뿐이다.
제대로 장비를 차려오지 못한 이에게는 칼바람의 벌칙이 기다릴 뿐이다.

슬슬... 나도 준비를 해야지!!!
오랜만에 타이거 마스크다!!!




그리고.. 드디어 비로봉을 오른다.
칼바람의 비로봉







무척 힘들어하는 일행을 두고 억지로 사진을 찍었다.
그에게는 두고두고 남겨둘 굉장한 추억이리라.
물론
나에게는 오랜마의 칼바람이고..

비로봉에서 바라보는 주목관리소의 모습.


올 겨울도 소백산은 이렇게 혼자서 고행을 하고 있겠구나








내려오는 길에서 잠시 만난 햇살이 비추는 능선의 모습은 장관이다.
연화봉에서 비로봉 능선을 타면서 만나는 모습과는 또 다르다.
비록 오르는 길과 내려오는 길이 같아서 아쉬움은 있지만
여전히 소백산은 자신의 모습을 간직한 채로 나를 반겨주고 있어 고맙다.
아마도 이번 겨울에 최소한 한두번은 더 가지 싶다.
솔직히 산에 두려움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데려간 곳이긴 하지만
오르면 오를수록 소백산에 대한 애정이 더욱더 깊어지는 이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
내 고향이라서 그런가??
그건 절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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