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 樂, 狂...

알람소리가 들린다. 6시에 맞춰놓은 휴대폰 알람.
아마도 '숲속의 산책'이던가...
알람을 끄고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자리에 눕는다. 술이 안깬다.
목이 마르다. 어젯밤 결명자차를 끓여놓구 베란다에 놔둔 기억이 났다.
끄응 하고 일어나 주전자 물을 물통에 넣고 냉장고에 넣어둔다.
춥진 않았는지 그리 시원하진 않다만 몇모금 마시니 그나마 살 것 같다.
다시 잘까 하다가 정신을 차리기로 한다.
10시까지는 사당역에 가야 한다.
전날 피곤함에 찌들어 등산갈 채비를 하지 않아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하나씩 둘씩 챙겨본다.
가방, 물통, 등산복 상의(여름+가을), 하의(봄/가을), 점퍼, 장갑, 헤어밴드... 어라?
지난번 쓰던 헤어밴드가 어디갔지? 아무리 찾아도 못찾겠다.
카메라, MP3, 시계, 지갑, 담배... 앗!
'고꼭지'님이 먹을 것 많이 가져오라고 했는데..
기숙사 생활하는 사람이 먹을게 어디 있겠는가... 사당에서 사야지...
8시에 집을 나와 전철역으로 향하고
어제와 같은 코스로 신도림에서 2호선으로 갈아타 신림을 지나쳐 사당에 도착했다.
연속 이틀째 같은 코스다.
도착한 시간은 9시 40분쯤.
5번출구로 나오니 아무도 없다.
아니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선인지로님과 고꼭지님이 보이지 않네...
일단 커피한잔 하고 캔맥주 하나 먹고 옷을 갈아입고 김밥을 사고 되돌아오니 두분이 계신다.
대충 50분이 조금 넘었다. 바로 출발하기로 한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오늘의 산행계획은 입장료를 내지 않는 입구로 올라가
마당바위를 지나 연주대까지, 그리고 뒤로 넘어가 팔봉능선을 거쳐 서울대 뒷편으로 오는 코스.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다.
10시에 사당역에서 출발하여 가다가 김밥과 딸기를 사고 입구 초입에서 신발끈 제대로 묶기 한번씩!
오늘의 산행은 선인지로님이 고꼭지님과 나를 이끌어가시는 것이다.
입구 초입에서부터 돌계단 비스무리한 것들이 나오고... 사람들이 많은지 줄지어 올라간다.
20여분을 올라가니 바로 체육공원같은 것이 나오고 그 아래 약수터에서 물 한모금씩 마신다.
계속 올라오다보니 어느새 살짜쿵 땀이 맺힌다. 여기서부터는 좀 쉽게 갈 수 있단다.
그러나 바로 바위들이 나오고 헥헥대면서 선인지로님을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외국인들도 산에 열심히 오르고 있는데 처음에 들었을땐 독일쪽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프랑스쪽같다.
험한 바위를 하나둘씩 따라 오르는데 올라가는 사람들이 다음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잡아준다.
나도 외국인을 잡아주니 혀가 굴러가는 소리로 '괌사홥니다'라고 한다.
그냥 웃어주고 뒤돌아 계속 산을 올라간다.
어디선가 보니 우리나라 사람들은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기쁘면 기쁜것을, 슬프면 슬픈것을, 고마우면 고맙다고..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그렇게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민족이라 가슴에 恨이란 것이 맺혔다고 한다.
그러나 표현을 잘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표현을 잘 하지 못하는 것이 맞겠지...


역광을 조절하지 못하고 그냥 찍어버렸네....
하여튼 저 높이를 기어 올라갔다.
전에 관악산에 오른 적이 있다.
이때는 과천에서 올라가 연주암-연주대를 거쳐 사당으로 내려갔었다.
그런데 사당에서 올라왔는데 왜 이 길을 기억못할까?
알고보니 중간에 가다가 마당바위인지 어딘지에서 만나게 되었다.
내가 내려간 길을 말이다.
게다가 올라가다 보니 지난번 내려올 때 들러서 옥수수 막걸리인지 동동주를 먹었던 곳도 지나칠 수 있었다.
선인지로님이 재밌는 말씀을 하신다.
관악산에는 국기봉이 많다는 거다.
제1국기봉, 제2국기봉...
무슨 말씀이신가 했더니 관악산 여러 봉우리에 태극기를 꽃아놓은 곳을 다 국기봉이라 부르나보다.
1시간이 지날 무렵 재밌는 바위가 나왔다.
거북바위란다.
이런게사람들하고 같이 산을 타는 맛이랄까...
하나씩 둘씩 산타는 법 뿐만 아니라 산을 보는 법, 바위를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아닌가.
거북바위를 보면서 지난번 수락산 산행때 산자님께서 이런저런 바위들을 설명해주신 것이 기억났다.
역시나...
그런데 저 거북바위는 어딜 향해 있는 걸까? 그걸 알아보지 못했다...





서울공기는 참 흐리다.
일요일 오전 11시가 다 되었는데도 많이 흐리다.
날씨는... 하늘은 좋다.
언제쯤 서울의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을까...
비온다는 일기예보를 들은것 같다.
빗방울이 조금 떨어진다고 했는데... 하늘을 보니... 그럴 것 같진 않다.
이렇게 좋은날... 간만에 산에 와서 셀푸사진 한 컷!


'色+樂'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말시리즈 3탄 - 크리스마스 이브  (0) 2004.12.28
MINAS TIRITH  (0) 2004.12.17
반지의 제왕 3 - 왕의 귀환  (0) 2004.12.15
연말시리즈2탄 - 12월 12일:관악산 산행(3)  (0) 2004.12.13
연말시리즈2탄 - 12월 12일:관악산 산행(2)  (0) 2004.12.13
주말행적.  (0) 2004.12.06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과하기...  (0) 2004.12.06
유진박, 왁스, 인순이  (0) 2004.11.21
수락산에 가다.  (0) 2004.11.15
  (0) 2004.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