狂
2004.1.23
三魔
2004. 1. 28. 13:50
터 놓을 수 없던 응어림도
터뜨릴 수 없던 울음도
그렇게 막혀있던 모든 설움도
그대에게 모두 묻혀버렸소
그대는 내게 채찍질을 하오
날카로운 칼바람으로
차가운 눈발로 얼어붙은 내 뺨을
거칠게 후려치고 있소
먼저 간 이의 발자국도 덮어버리고
비틀거리며 무릎까지 눈에 파묻히고
힘에 겨워 나무를 짚고 잠시 서 있으면
어느새 멀리서 따라오던 바람의 소리가
폭풍소리가 되어 몸을 흔드는구려
그렇게 아무 생각 할 겨를 없이 나를 떠밀어
마지막 계단을 하나 오르는 순간
그대를 정복하는 것 마저 허용치 않는 듯
그렇게 나를 싫어하는 것이오
그저
당신이 거느리고 있는 그 세찬 힘줄기들
그 부드러운 능선들을 어루만지지 못하고
오래 걸리지 않아 당신의 손길에 떠밀려 내려가야 했소
그러나
내 눈에는 처절하게 각인되어 있소
그 부드러운 피부
그 역동적인 힘줄
유혹하고
미워하고
사랑하는지
그대가 싫더라도
그대의 꼭대기에 서서
소리라도 외치겠소
그대의 발목부터 그대의 머리까지
내 발과 내 손으로 어루만지며
내 땀으로 그대의 피부를 적시며
이렇게 여기까지 왔다고
이제는 내 마음 알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