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그 최종판

三魔 2007. 2. 21. 22:20
로마인 이야기 15 - 로마세계의 종언,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한길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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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부터 시작된 '로마인 이야기'는 2006년에 15권을 끝으로 완결이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2007년에 발간되었다.)

개 인적으로 군 전역 후 1997년부터 읽기 시작한 로마인 이야기는 그야말로 내 인생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고등학교때부터 관심을 가졌던 세계사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어떻게 발전되고 어떻게 무너져갔는지를 어렴풋이 알던 상태에서 1997년(정확히는 1996년)에 만난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세계가 왜 '로마'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간략히 그 목차를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1.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2. 한니발 전쟁
3. 승자의 혼미
4. 율리우스 카이사르 - 상
5. 율리우스 카이사르 - 하
6. 팍스 로마나
7. 악명높은 황제들
8. 위기와 극복
9. 현제의 세기
10.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11. 종말의 시작
12. 위기로 치닫는 제국
13. 최후의 노력
14. 그리스도의 승리
15. 로마 세계의 종언


여기서 흔히 세계사에 드러나는(혹은 학창시절에 달달달 외웠어야 할) 내용은 거의 1, 3, 6, 9, 10, 14, 15 권에 드러난다.

로마의 건국과 그리스-로마시대를 아울러 로마의 공화정이 정착되는 1권.

포에니 전쟁 후 그라쿠스 형제 등 여러 개혁과 혼란을 거치게 되는 3권.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정착하여 제국의 시대가 되는 6권.
5현제 시대의 9권.
제정 로마의 인프라를 다룬 10권.
기독교가 국교화된 14권.
그리고 로마의 종말인 15권.

위의 내용은 흔히들 알고 있는 기본적인 세계사 - 정확히 말하자면 로마사의 굵직굵직한 사건 - 지식이 포함되어 있다.

그 러나 세계사 책이나 교과서에서 알지 못했던 내용은 바로 2권 한니발 전쟁, 4,5권 율리우스 카이사르, 13권 최후의 노력, 그리고 15권 로마 세계의 종언이다. 특히 2권과 4,5권의 전쟁(혹은 전투)신은 그 특유의 전개방식으로 그 안에 몰입하게 만든다. 바로 세계사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용들이 그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 15권은 드디어 로마세계의 종말을 고하는 내용이다. 이 사건 역시 우리는 숱한 세계사 지식을 통해 들어왔지만 너무 단편적인 것만을 알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팍스 로마나'에서 '팍스 바르바리카'로의 전환과 이를 통한 중세시대의 전개, 그리고 500여년이나 앞선 십자군 전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최후의 로마인을 빼놓을 수도 없다.

지난 10여년동안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그동안 내가 단편적으로 가지고 있던 세계관을 다시한번 정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특히, 몇년 전에는 '팍스 아메리카나'와 '팍스 로마나' 사이의 치명적인 차이도 알게 되었고, 일신교와 다신교와의 차이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 현재 수많은 곳에서 '최적화된 시스템'을 강조하는 현실도 2000년 전에는 로마에서 이미 존재하고 당연하게 여겼던 '인프라'였음을 깨닫게 된 것도 놀랄만한 일이다.

아쉽지만 1권부터 10권까지는 누군가에게 빌려줬는데 아직 돌려받지 못하고 나에게는 11권부터 15권까지만 남아있다. 다시한번 1권부터 손을 대고 차근차근히 바라보게 되면 1년에 한번씩 머릿속에 보여지던 로마의 모습을 한번에 그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시오노 나나미 선생의 글이 다 옳다고는 할 수 없겠다. 전쟁이나 전투묘사는 예전 '은하영웅전설' 또는 일본 특유의 전쟁신에 연상되어 거부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또한 로마제국의 자체는 일종의 군국주의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국왕'이라는 체제를 가지고 있는 일본과 닮게 묘사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내 나이가 나이니만큼 그정도는 감안하고, 알아서 추려내서 순수하게 로마의 모습만 찾을 수 있다. (그래도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여튼, 15년동안 로마를 알기 위해 막대한 분량의 자료를 통해 이렇게까지 책을 낸 것은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흥망사'에 못지 않는 21세기의 걸작으로 다루어도 되지 싶다.

10여년동안 매년 2000년 전의 과거로 돌아가 로마란 제국 속에서 나를 흥분시켰던 시오노 나나미 선생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